정임수 정책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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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는 대선이나 총선보다 어렵다. 1인당 7장의 투표용지를 채워야 한다. 그중에서도 최고난도는 교육감 선거다. 정당과 기호 표기도 없이 후보자 이름만 쭉 나열돼 있다. 이름 순서도 선거구별로 다르다.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초중고교생 자녀를 둔 학부모나 교육계 종사자가 아니고선 지금 교육감도 낯선데, 아무 정보 없이 투표소에 들어간 유권자에게 연두색의 교육감 투표용지는 난수표나 마찬가지다. 2018년과 2022년 교육감 선거의 무효표가 시도지사 선거보다 2배 이상 많았던 배경이다.
‘돈 뿌리기’ 공약 쏟아내는 후보들
이렇다 보니 교육감 후보자들이 유권자 환심을 사기 위해 선심성 공약을 남발하는 정도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6·3 지방선거에서 선출되는 전국 시도 교육감 자리는 광주와 전남이 통합돼 총 16석인데, 벌써 100여 명의 예비후보가 각축을 벌이고 있다. 단일화 과정 등을 거쳐 줄어들긴 하겠지만 진보와 보수 후보 가리지 않고 노골적인 현금 살포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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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선에 도전하는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은 유아교육 완전 무상화에 더해 초중고교생 교통비 전액 지원, 초중등생 현장체험학습비 전액 지원을 약속했다. 이 밖에도 전국 곳곳에서 ‘30만 원 입학준비금’, ‘50만 원 문화바우처’, ‘100만 원 사회진출지원금’ 등 이름과 금액만 바꿔 단 돈 뿌리기 공약이 한둘이 아니다. 후보자들은 교육 복지라고 포장하지만 학부모 표심을 겨냥한 사실상 매표 행위나 다름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들이 교육 비전이나 정책 대신 ‘누가 더 많이 뿌리나’ 식의 포퓰리즘 경쟁에 매달리는 건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넘쳐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다. 55년 전 제정된 법에 따라 매년 걷히는 내국세의 20.79%가 무조건 교육교부금으로 자동 배정된다. 내국세가 늘면 시도 교육청 예산이 덩달아 커지는 구조다. 10년 새 초중고교 학생은 100만 명 넘게 줄었지만, 교육교부금은 되레 33조 원 급증했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전쟁 추경’에 교부금도 4조8000억 원 불어 올해 76조4000억 원이 됐다.
이러니 학생들에게 태블릿PC를 공짜로 나눠 주고 교직원 주거 지원비까지 대 주고도 다 못 쓰고 남긴 교육교부금이 한 해 8조 원에 달한다. 정작 재정난에 시달리는 대학들은 노후화된 시설 개선 등이 시급하지만 교육청 소관이 아니라는 이유로 남아도는 교부금을 나눠 쓸 수 없다. 고교 무상교육에 들어가는 국비 지원을 줄이고 대신 교육교부금을 투입하는 방안에도 교육감 후보들은 반대하고 있다. 반세기 넘게 그대로인 교육교부금 제도의 폐해를 뻔히 알면서도 정부와 국회는 교육계 반발과 표를 의식해 칼을 빼 들지 않고 있다.
직선제·교육교부금 손볼 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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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임수 정책사회부장 im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