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는 “어디가 불편하세요?”라고 묻지만 시선은 모니터를 향해 있다. 환자의 진료 기록, 복용 중인 약물, 검사 수치 등 짧은 진료 시간 안에 확인해야 할 정보가 많기 때문이다. 환자가 말을 잇는 동안 의사의 손은 키보드 위를 바쁘게 오간다. 눈을 맞출 틈이 없다.
고려대학교의료원(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 윤을식)이 대학병원 진료실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이 같은 현장의 구조적 한계를 인공지능(AI)으로 넘어서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2035년 개원 예정인 고려대 동탄병원을 중심으로 안암·구로·안산병원을 연결하는 빅데이터 기반 초정밀 쿼드(Quad) 시스템을 구축해 의료진이 환자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최대한 확보하고 막힘없는 임상 워크플로를 구현한다는 구상이다.
윤을식 고려대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자료사진). 2026.03.30 고려대의료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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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와 환자의 대화를 실시간으로 텍스트로 변환해 자동으로 의무기록에 반영하는 ‘보이스(Voice) EMR’도 도입한다. ‘음성→텍스트 변환(STT)’ 기술을 활용한 이 시스템은 의사가 진료 중 별도로 기록을 입력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없애준다.
병원 운영 전반도 AI로 최적화한다. ‘디지털 커맨드 센터’는 입원·퇴원 현황과 수술실 가용 여부를 초 단위로 분석해 최적의 병상을 배정하고 적합한 진료팀을 연결한다. 예약부터 진료, 결과 확인까지 끊김 없이 이어지는 환자 동선이 구현되고 행정 인력의 업무 부담도 크게 줄어들게 된다.
각 병실 벽면에는 인터랙티브 대시보드를 설치해 환자가 자신의 치료 일정과 경과를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식사가 언제 나오나”, “퇴원은 언제인가”와 같이 간호 인력에게 반복되는 질문은 음성 인식 챗봇이 대신 답변한다.
고려대의료원은 이와 같은 스마트 의료 시스템을 동탄병원뿐 아니라 안암·구로·안산병원에도 단계적으로 적용할 계획이다. 또 이들 병원에서 사용하는 클라우드 기반 병원 정보 시스템인 PHIS(정밀의료 병원 정보 시스템)를 동탄병원에도 연동해 4개 병원이 진료 기록을 공유하고 함께 활용할 수 있는 통합 인프라를 갖춘다.
윤을식 고려대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은 “동탄병원을 비롯한 고려대의료원 전체에서 환자 한 명 한 명에게 맞춤형 정밀의료와 수준 높은 진료 경험이 실현될 수 있도록 가장 정교하고 안정적인 스마트 헬스케어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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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지 기자 nu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