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동남아 군수품 운반 용도로 국가총동원법 앞세워 헐값 인수 농업사회 ‘핵심 노동력’ 빼앗겨 “사람이 멍에 걸고 농사” 증언도
향토사학자 심정섭 씨가 19일 일제의 한우·누에고치 공출 자료 2점을 공개하며 강제 수탈 실태를 설명하고 있다.
향토사학자 심정섭 씨(83·광주 북구)는 19일 본보에 일제의 한우와 누에고치 공출 자료 2점을 공개했다. 심 씨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국무위원 백강 조경한 선생(1900∼1993)의 외손자다.
1942년 일제가 전남 광양군 옥룡면 주민들에게 발송한 누에고치 공출 명령서.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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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령서에는 “김 씨가 기르고 있는 한우를 해군에 보낼 고깃소로 공출한다. 1944년 10월 24일 오전 8시까지 소를 끌고 면사무소로 나오라”는 내용이 담겼다. 이어 “공출은 군수육류제령에 따른 것이며, 이유를 막론하고 위반할 경우 처벌한다”는 위압적인 문구도 포함됐다.
당시 농민들 사이에서는 “한우는 하품밖에 버릴 것이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한우는 논밭을 갈고 짐을 나르는 데 필수적인 존재였다. 일제는 한우를 전략물자로 규정하고 전수조사와 함께 엄격한 통제를 실시했다.
심 씨는 2024년에도 일제가 농민의 한우 출산 여부를 세 차례에 걸쳐 확인하는 등 치밀하게 수탈한 사실을 보여주는 한우 이동증명서를 공개한 바 있다. 농업 전문가들은 “일제가 한우를 군수물자로 수탈하면서 조선 농민들 사이에서는 ‘사람이 목에 멍에를 걸고 논밭을 갈았다’는 탄식이 나왔다”고 전했다.
함께 공개된 누에고치(견) 공출 명령서는 1942년 12월 9일 당시 광양군수와 광양경찰서장이 공동으로 옥룡면 주민들에게 발송한 것이다. 명령서 크기는 가로 10.7cm, 세로 16.3cm다. 내용에는 “할당된 수량은 누에고치 판매 기간 중 공출해야 한다”고 적혀 있으며, 뒷면에는 농민별 할당량이 기록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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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