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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만 쉬어도 코피가 나온다”…최악의 대기오염 맞은 ‘관광 성지’

입력 | 2026-04-01 16:52:02

태국 치앙마이에서 한 노인이 대기 오염으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


태국 북부의 관광 도시 치앙마이가 최악의 대기오염을 겪고 있다. 지역 주민들은 숨만 쉬어도 코피가 난다거나 발진, 알레르기가 나타나는 등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1일 BBC에 따르면, 최근 대기오염 조사 기관 ‘아이유에어(IQAir)’는 태국 치앙마이가 세계에서 가장 오염된 도시 중 하나로 기록됐다고 밝혔다. 실제로 전날 태국 전역에서 포착된 화재 지점은 4750곳에 달했으며, 이날 오전 치앙마이의 초미세먼지(PM2.5) 농도는 ‘매우 해로움’ 수준까지 치솟았다.

심각한 대기오염으로 아이들은 코피와 발진, 알레르기 증상까지 겪고 있다. 2010년대 치앙마이로 이주해 온 티라윳 웡산티숙(41) 씨는 BBC에 “여섯 살배기 딸 두 명이 자주 코피를 흘린다”며 “아이에게 나쁜 일이라도 생기면 평생 죄책감을 느낄 것 같아 다른 곳으로 떠날까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치앙마이 소재의 공립학교 교사인 벤자마스 자이파칸(35) 씨도 작년부터 코피를 흘리기 시작한 네 살 아들을 위해 이웃 파야오 주(州)로 임시 대피시켰다. 그는 “아이의 폐가 얼마나 더 견딜 수 있을지 몰라 안타깝다”며 아예 치앙마이를 영영 떠나는 것도 생각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 화재만 ‘4750건’…초미세먼지가 마을 덮쳤다

사진=게티이미지

이 같은 대기오염은 태국의 건조한 날씨와 ‘논밭 태우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치앙마이 인근 농민들은 한 해 농사를 위해 씨를 뿌리기 전 논밭을 태우는데, 이것과 건조한 날씨가 만나 자연 산불로 번지며 미세먼지가 폭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매년 11월부터 3월은 이 화재가 절정에 달하는 시기다. 이를 두고 현지 매체 ‘카오솟’은 “불길에 휩싸인 산의 모습이 화산 폭발을 방불케 한다”고 전했다.

이에 태국 정부는 화재 위험이 높은 국립공원을 폐쇄하고, 불법 방화 시 즉시 체포할 방침이다. 유죄 판결 시 최대 20년의 징역형과 200만 바트(약 7500만 원)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 “대기 오염으로 수명 5년 단축됐다”…정부 상대 소송도

사진=게티이미지

대기오염이 생존권 문제로 직결되자 주민들은 법적 대응에 나섰다. 2023년 7월 치앙마이 주민 약 1700명은 정부 기관과 전 총리를 상대로 ‘대기오염 해결 의무 태만’에 대한 소송을 제기했다. 주민들은 오염으로 수명이 약 5년 단축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치앙마이 법원은 2024년 1월 정부 당국에 90일 이내로 대기질 개선을 위한 비상 계획을 마련하라고 명령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며 대기오염이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대기오염 문제는 태국뿐만 아니라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전역으로 퍼져나가는 모양새다. 아세안 전문 기상 센터 ‘ASMC’에 따르면 최근 동남아시아의 화재는 7년 만에 최고치를 넘긴 것으로 집계됐다.

김영호 기자 rladudgh234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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