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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토화’ 12시간前 미룬 트럼프 “대화 잘되면 5일내 전쟁 끝날수도”

입력 | 2026-03-24 04:30:00

[트럼프, 이란 발전소 공격 보류] “이란 발전소 공격 5일간 연기” 지시
강대강 대치속 이란과 물밑 협상
트럼프 맏사위-중동 특사가 접촉
“美 여론 악화에 외교 해법” 관측도
이란 “대화 없었다” 일단 부인



백악관 X에 올라온 트럼프 ‘공격 연기’ 메시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 시간) 트루스소셜에 “최근 이틀간 이란과 생산적인 대화를 나눴다”며 “5일간 이란 발전소와 에너지 시설에 대한 공습을 중지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밝혔다. 미국 백악관 또한 X에 트럼프 대통령의 사진과 이 글을 게재했다. 사진 출처 백악관 X


“전쟁부(국방부)에 이란의 발전소와 에너지 시설에 대한 모든 군사 공격을 5일간 연기하도록 지시했다. 이란과 이번 주 내내 대화를 지속할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 시간) 트루스소셜에 “미국과 이란은 최근 이틀 동안 중동에서의 적대 행위를 완전히 종식하기 위한 매우 훌륭하고 생산적인 대화를 나눴다”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21일 “48시간 내 이란이 봉쇄 중인 원유 수송로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지 않으면 이란의 민간 발전소 등을 공격해 초토화시키겠다”고 위협한 마감 시한(한국 시간 24일 오전 8시 44분)을 약 12시간 남겨두고 외교적 해법을 타진해 보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한 것이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파로 국제 유가 등 글로벌 경제의 부담이 커지고, 미국 지지층 내에서도 “전쟁의 주도권을 이란에 내줬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외교적 해결책 모색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란은 “미국과 어떤 대화도 없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반박했다. 이란 메흐르통신은 “트럼프의 후퇴-이란의 전력 인프라에 대한 위협은 역시나 공허했다”며 “폭등하는 에너지 가격을 낮추려는 정치적 수사이자 자신의 군사 계획을 실행하기 위한 시간을 벌려는 의도적인 노력의 일환”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이란에 대한 강경 대응을 강조해온 이스라엘은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 5일 유예’ 발언 직후 이란 수도 테헤란에 대한 공습을 감행했다.

● ‘강 대 강’ 대치 속에서도 협상 준비한 미국

뉴욕타임스(NYT)와 액시오스 등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달 28일 이란과의 전쟁이 발발한 후 ‘강 대 강’ 대치 속에서도 이란과의 대화를 준비해 왔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맏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전 백악관 선임고문, 스티브 윗코프 백악관 중동 특사 등이 이란과의 대화에 관여해 왔다. 폭스뉴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3일 취재진에 “일요일(22일)에 윗코프와 쿠슈너가 이란과 집중적으로 대화를 했다”고 말했다. 또 그는 “대화가 잘되면 5일 안에 전쟁이 끝날 수 있다”고도 했다.

또 미국은 이란과의 협상을 중재한 오만 등을 통해 6대 요구를 이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으로 △5년간 미사일 프로그램 가동 중단 △우라늄 농축 중단 △미국과 이스라엘이 지난해 6월 폭격한 이란의 나탄즈 포르도 이스파한 등의 핵시설 해체 △레바논 헤즈볼라 등 역내 친이란 무장단체에 대한 지원 중단 △핵무기 개발 관련 장비에 대한 외부 감시 허용 △미사일 보유량을 100기 이하로 제한 등이다.

반면 22일 이란 메흐르통신에 따르면 이란도 △배상금 지급 △중동 내 미군기지 폐쇄 △전쟁 재발 방지 보장 △모든 전선에서의 전쟁 종식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새로운 법적 체계 수립 △반(反)이란 활동에 가담한 미국 내 이란 언론인에 대한 기소 및 송환 등 6개 조건을 내걸었다.

양쪽의 조건들이 첨예해 실질적인 합의점 마련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다만, 미국은 이란 측 조건에 부정적이지만 배상금 등은 타협의 여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는 액시오스에 “미국 내 이란 관련 동결 자산을 이란에 반환하고, 이란이 이를 배상금으로 간주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전쟁 발발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내내 예측이 어려운 변화무쌍한 행보를 보였다는 점에서 ‘5일 유예’ 후 전쟁의 향방은 여전히 미지수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NYT도 그가 광범위한 휴전을 약속한 건 아니라고 전했다. 월가의 유명 투자 분석가 짐 비앙코 비앙코리서치 대표는 22일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사태에서 ‘타코(TACO·Trump Always Chicken Out·트럼프는 항상 겁먹고 물러난다는 의미)’ 행보를 보인다면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통제권을 갖게 돼 상황이 더 악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 美, 해병대 중동에 추가 배치

양측이 합의점을 못 찾을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발전소들을 공격하고, 나아가 지상군을 이란에 투입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국은 일본에 주둔하던 제31 해병 원정대 병력 2500명을 중동으로 이동시키고 있다. 또 22일에는 중동에 2500여 명의 해병 원정대가 추가 파견될 것이란 미 언론의 보도가 잇따랐다. 미 육군의 최정예 부대인 82공수사단의 배치 가능성도 거론된다.

한편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은 22일 폭스뉴스에 출연해 나토 회원국과 한국, 일본 등 22개국이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 재개를 위해 결집할 것이라면서 북한도 거론했다. 그는 “북한 사례에서 봤듯 (이란과의 핵) 협상을 너무 오래 끌면 (이란의 핵 개발을) 멈출 수 있었던 시점을 놓치게 된다. 지금 북한은 핵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했다.



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안규영 기자 kyu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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