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수성근위축증을 앓고 있는 김효윤 양(9) 가족은 9년 동안 가족이 다함께 외출하거나 여행을 간 적이 없다. 이 질환은 척수 운동신경 세포가 퇴행해 근육이 점차 위축되는 병으로, 김 양은 자가 호흡이 어려워 가족이 24시간 돌봐야 한다.
그랬던 김 양 가족이 지난달 설 연휴를 맞아 10년 만에 가족 여행을 떠났다. 김 양이 서울대병원에서 운영하는 중증소아 단기입원 시설인 ‘도토리하우스’에 머물게 되면서 잠깐이나마 간병 걱정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김 양의 부모는 “효윤이 언니, 오빠와 여행을 마음 편히 즐길 수 있어 아이들에게도 정서적으로 많은 도움이 됐다”고 했다.
도토리하우스에서 의료진이 중증소아 환자를 돌보고 있는 모습. 서울대병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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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 전경. 보건복지부 제공
집에서 희귀·중증난치질환 환자를 돌보는 부모는 자녀에게서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다. 위루관을 통한 영양 공급 등 의료적 행위도 대신해야 한다. 연구진이 시범사업을 이용한 보호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서 95.1%가 ‘심리적·신체적 부담이 있다’고 답했다. 환자의 갑작스러운 상태 변화에 대응해야 하는 긴장감이 누적되면서 ‘번아웃(소진)’이 이르는 경우도 있었다.
단기 돌봄의 효과는 컸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보호자의 76.5%가 ‘시범사업 이용 후 돌봄을 지속하는 데 매우 큰 도움이 됐다’고 답했고, 55.9%는 ‘심리적·신체적 부담이 낮아졌다’고 했다.
뇌병변 장애 1급으로 거동이 불편한 권세현 양(13)을 돌보는 이정하 씨는 2023년 권 양이 도토리하우스를 이용하면서 11년 만에 처음으로 통잠을 잤다. 이 씨는 “세현이는 밤중에도 중간중간 깨서 물을 먹여 줘야 하기도 하고, 용변 처리도 해 줘야 해서 숙면을 하기가 어려웠다”며 “이전에는 항상 피곤했는데 시범사업을 이용한 뒤로는 휴식을 취할 수 있어서 가족 분위기도 밝아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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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중증 소아 환자를 돌보는 가족들이 언제든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전국에 단기입원 시설을 지원하는 기관은 서울대병원과 경북대병원 등 두 곳뿐이다. 참여 의료기관이 적은 이유는 수익성 때문이다. 머무는 기간 동안 신약을 쓰거나 값비싼 치료를 받지는 않지만, 의료진은 투입해야 해 인건비 부담은 적지 않다. 도토리하우스에는 소아청소년과 의사와 간호사 등 20명가량의 인력이 교대로 24시간 상주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정부가 수가 인상 등을 통해 참여 기관을 더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단기입원 1일 당 병원이 받는 금액은 최고 47만1390원에 그친다. 유민주 도토리하우스 수간호사는 “처음 환아와 가족을 만나서 상태를 파악하고 계획을 수립하는 심층 외래는 30분~1시간가량 진행하는데, 일반적인 외래진료 수가와 같다”고 했다. 연구진은 “수가체계를 개선해 참여 기관의 지속 가능한 운영을 보장하고, 신규 기관의 참여를 유도해 단기입원 서비스의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