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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수출입銀, 對중동 대출-보험 31조원… 확전 불확실성에 촉각

입력 | 2026-03-04 00:30:00

전체 잔액의 22%… 亞-유럽 다음
원리금 상환 지연 등 상황 아니지만
전쟁 극단 치다를땐 돈 떼일수도
“장기화 대비 시나리오 등 마련을”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에 따른 전쟁의 여파가 중동 전역으로 번지고 있는 가운데 공적수출신용기관(ECA)인 한국수출입은행이 중동 국가들을 상대로 대출과 보험 등 지원한 잔액이 총 31조 원 규모인 것으로 파악됐다. 당장 석유 부국인 중동 국가들이 수은에 빌린 돈을 갚지 못하는 상황은 아니지만 확전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수은과 수출 기업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3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수은으로부터 받은 ‘공적수출신용기관(ECA) 파이낸싱’ 현황에 따르면 2025년 말 현재 중동에 지원한 대출, 보험, 보증 등 금융 지원 잔액은 31조827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잔액(140조7086억 원)의 22.1% 수준으로 아시아(48조2868억 원), 유럽(33조1196억 원) 다음으로 큰 규모다.

수은 측은 중동 국가들이 당장 전쟁에 뛰어들어 원리금 상환 부담을 후순위로 미루거나, 채무불이행 선언을 하지 않는 이상 돈을 떼일 상황은 아니라는 판단을 갖고 있다. 다만 전쟁 양상이 극단으로 치우치게 되면 이 같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분위기다. 당장 중동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의 대피나 철수가 이어지면서 이미 계약한 수출 이행 등이 지연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중동 국가에 대한 국내 기업들의 신규 사업 확장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이 가운데 수은이 이란 정부를 대상으로 한 계약이행보증은 226억 원(2건) 규모인 것으로 나타났다. 계약이행보증은 수출자(한국 기업)가 수입자(이란)에 산업 설비를 수출할 때 한국 기업의 의무 이행을 해당 국가에 보장하기 위해 지원하는 것을 말한다.

세부적으로는 이란 복합화력 발전설비 수출 지원을 위한 계약이행보증, 이란 액화천연가스(LNG)·액화석유가스(LPG) 저장탱크 수출 지원을 위한 계약이행보증 등이다. 다만 해당 계약이행보증은 미국발 대이란 제재가 이루어지기 전 체결된 것으로 대체로 설비 유지·보수와 관련된 것으로 파악됐다. 수은 관계자는 “해당 국가가 유지·보수를 요청하지 않는 이상 이행할 필요가 없는 상태여서 기업의 직접적인 피해나 수은의 재정 부담으로 이어지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중동 지역에만 보증과 대출이 30조 원이 넘게 노출된 만큼,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를 가정한 손실 시나리오와 방어 대책을 지금부터 체계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수은은 전날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 확산에 대응해 ‘위기 대응 특별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중동 상황으로 직간접 피해를 본 중소·중견기업에 최대 2.2%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적용하는 등 올해 7조 원, 향후 5년간 총 40조 원의 금융을 지원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날 ‘금융시장 상황 점검 회의’를 열고 중동 지역 지정학적 불확실성 확대로 영향받은 중소·중견기업 지원을 위해 13조3000억 원 규모의 금융 지원에 나섰다. 산업은행(8조 원), 기업은행(2조3000억 원), 신용보증기금(3조 원)이 운용 중인 총 13조3000억 원 규모 금융 지원을 통해 중동 상황에 영향을 받은 기업에 자금 지원과 금리 감면 등을 제공한다.


신무경 기자 y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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