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보다 내 권력 먼저’라는 틀 갇힌 張 ‘전투 이기고, 전쟁엔 진다’ 비판받는 韓 한쪽 일방적 승리 불가능… 싸우면 공멸 부정선거론-尹 단절 후 손잡으면 윈윈
김승련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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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은 되는 일도 없고, 할 수 있는 일도 없다고 느낄 것이다. ‘사법개혁 3법’ 강행 처리, 대통령 사건의 공소 취소 모임처럼 더불어민주당에서 몇몇 비판거리가 등장했지만, 외려 양당 지지율 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다.
이 난국을 누가 풀까. 장동혁 당 대표, 제명당한 한동훈 전 대표 두 사람일 수밖에 없다. 둘 다 자기 계파의 눈으로만 보면 세(勢)를 이룬 것 같지만, 한 발 떨어져 보면 정도의 차이일 뿐 확장이 없다. 더 급한 건 장 대표다. 당을 더 오른쪽으로 끌고 가면서 중도층을 잃은 책임론이 쏟아지고 있다. 더구나 ‘당이나 보수정치의 앞날은 어찌 되건 자기 권력만 챙긴다’는 이미지가 덧씌워져 있다. 이 프레임을 깨지 못한 채 앞날을 기약하기 어렵게 됐다.
장 대표가 살아나려면 이젠 식상한 이야기가 돼 버렸지만, 두 세력과 갈라서야 한다. 첫째, 부정선거론자들이다. 국힘은 그동안 그들을 공개적으로 옹호할 자신도 없으면서 적당히 두둔해 왔다. 유권자의 10∼20%쯤으로 짐작되는 이들의 지지를 손쉽게 챙기는 쪽이었고, 장 대표도 당 대표 선거 때 비슷한 태도를 취했다. 하지만 부정선거는 근거가 없는 음모론에 머물고 있다. 엊그제 이준석-전한길 토론을 봐도 서버 해킹이건, 조직적 투표용지 부정 사용이건 뾰족한 단서가 제시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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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장 대표는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해야 한다. 귀에 딱지가 앉을 만큼 들었을 이야기겠다. 국힘이 국회에서 겪는 굴욕과 좌절은 2년 전 총선 참패 때문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디올백 수수, 무리한 의대 증원 등 직접적인 패인을 여럿 제공했다. 당내에선 한동훈 책임론이 만만찮지만 윤석열 책임론과는 비교할 것이 못 된다. 장 대표가 변절자로 욕먹을 각오로 절연에 나선다면 당장은 힘든 정치를 해야 하지만, 그 결단만큼은 좋은 평가를 받을 것이다.
장 대표가 요구받는 두 갈래 배신은 당과 자신이 살아나기 위한 필요 최소한일 뿐이다. 여기에 장-한 사이의 감정싸움 중단이 더해져야 한다. 따지고 보면 두 사람은 운명공동체가 돼 버렸다. 어느 한쪽이 이기고 다른 한쪽이 무너지는 일은 팽팽한 당내 지지 구도로 볼 때 가능성이 낮다. 지금처럼 싸우다간 둘 다 공멸이다. 부정선거 음모론 및 윤 어게인과 결별하는 걸 전제로 두 정치인이 손을 잡는다면 둘 다 보수의 지도자로 성장할 길이 남아 있다.
그러자면 이번엔 한 전 대표가 먼저 손을 내밀어 ‘한동훈식 정치력’을 입증할 차례다. 대구 서문시장에 인파가 더 모였으니 한동훈은 장동혁을 이긴 것인가. 장 대표를 ‘나의 스태프’라고 불러서 일이 더 잘 풀렸나. 그렇게 이긴들 중도층은 실망하고, 끌어안아야 할 국힘 당원들 상당수가 마음을 닫는다는 걸 모를 리가 없다. ‘순간의 논쟁에선 이길지 몰라도, 넓은 품이 아쉽다’는 평가를 듣는 한 전 대표다.
동지였다가 결별한 두 사람이기에 의기투합이 어렵다는 걸 잘 안다. 둘 다 법률가로 잔뼈가 굵은 터라 정치적 유연함이 아쉬운 것도 사실이다. 또 핵심 조언그룹의 생각도 바뀌는 게 쉽지 않을 거다. 그렇더라도 무너진 보수정치를 되살려야 하는 책무를 위해 소아(小我)를 못 버린다면, 정치는 왜 하는 건가. 내키지 않더라도 연기(演技)하는 성의는 보일 수 있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라고 과거 생각과 달리 대일본 협력과 새 원전 허가를 결심하는 게 쉽진 않았을 것이다. 드러나지 않았을 뿐 내부 정지 작업을 통해 진영 불만을 다독였을 것이다. 그런 노력을 국민들이 평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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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련 논설실장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