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호황 덕에 성장률 올렸지만 IT 중심 성장-주가 상승-AI 격차 이창용 “양극화 문제 심화할 가능성” 기준금리 年 2.5%로 6회 연속 동결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하지만 반도체를 비롯한 정보기술(IT)에 쏠린 성장, 가파른 주가 상승,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의 부작용으로 이른바 ‘K자형 양극화’ 현상이 더욱 심화할 것으로 우려됐다. 뚜렷한 금리 인하 및 인상 명분이 없는 가운데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기준금리를 연 2.5%로 6회 연속 동결하면서 6개월 뒤에도 현 금리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내다봤다.
● 성장률 2% 중 0.7%는 반도체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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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률 전망치를 높인 가장 큰 요인은 반도체 수출 호조다. 한은은 반도체 가격 상승을 반영해 올해 연간 경상수지 흑자액이 1700억 달러(약 243조 원)에 이를 것으로 봤다. 지난해 기록한 역대 최대 규모의 경상수지 흑자(1231억 달러)보다 크다. 한은은 반도체 수출이 높은 증가세를 이어갈 경우 올해 성장률이 2.2%에 이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반도체 호황은 기본적으로 한국 경제에 호재이지만, 한편으로는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 2.0% 중 반도체 등 IT 제조업 기여분은 0.7%에 달한다. 그만큼 반도체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뜻이다. 한편으로는 한국 경제가 반도체에 지나치게 의존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은은 내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올해보다 0.2%포인트 낮은 1.8%로 전망했다. 내년 반도체 수출 증가세가 올해만 못할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양극화 심화 원인으로 반도체 등 IT 중심 성장세와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한 주가 상승 이익, AI 기술 활용 격차 등 3가지를 꼽았다. 이 총재는 “앞으로 한국의 양극화 문제는 더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 구조조정 등을 통해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실제로 분배를 보여 주는 지표는 나빠지고 있다. 이날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소득 격차 지표인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지난해 4분기(10∼12월) 5.59배로 1년 전(5.28배)보다 커졌다. 5분위 배율이 커졌다는 것은 상위 20%-하위 20% 소득 격차가 확대됐다는 의미다. 4분기 기준 지표가 1년 전보다 악화한 건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19년 이후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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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금통위는 이날 기준금리를 연 2.5%로 동결하면서 “물가 상승률이 목표 수준(2%) 근처에서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경제 성장은 예상보다 양호한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은 기준금리가 당분간 현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은 금통위원 7명이 각자 3건(총 21건)씩 6개월 뒤 기준금리를 예측한 점도표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연 2.50%로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16건으로 가장 많았다. 0.25%포인트 인하 예상은 4건이었고, 0.25%포인트 인상 전망은 1건에 불과했다.
금리를 올리기에는 양극화로 성장 온기를 느끼지 못하는 계층에 타격이 우려되고, 내리기에는 주식 및 부동산 시장에 풀린 유동성을 관리하기가 쉽지 않다는 게 통화정책 당국의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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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