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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책 돌풍 주도한 류수영 “영상보다 책이 초보자에 딱”

입력 | 2026-02-25 14:59:00


배우 류수영. 사진 플라이업엔터테인먼트 제공

지난해 민음사 출판그룹에서 출간한 책 가운데 판매 1위는 뭘까. 굴지의 문학 출판사이니 문학이나 고전일 것 같지만 의외로 배우 류수영의 요리책 ‘류수영의 평생 레시피’(세미콜론)였다. 6월 출간 이후 누적 13만 부가 팔렸다. 신간과 구간을 합친 종합 판매 순위에서도 1위 ‘급류’(정대건 지음)에 이어 2위에 올랐으니, ‘돌풍’이라 할 만하다.

출판계의 틈새 시장에 있던 ‘요리’가 주요 콘텐츠로 자리를 잡고 있다. 고물가와 외식비 상승, 집밥에 관심을 두는 은퇴 세대의 증가, 스타 셰프의 부상 등이 맞물리면서 요리가 ‘확장 가능한 출판 장르’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 “외식비 아끼자” 4060 남성 독자 유입

‘류수영의 평생 레시피’는 누구나 따라 하기 쉬운 자체 개발 레시피 79개를 담은 책이다. 특히 남성 독자의 반응이 두드러졌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4060 남성 독자 비율은 26.1%로, 전체 요리책 평균(19.6%)을 웃돌았다. 류수영은 출간 간담회에서 “은퇴를 앞둔 베이비부머 세대가 좋아하도록 만드는 게 가장 큰 화두였다”며 “육수를 우리거나 ‘킥’(강렬한 인상을 주는 맛)이 많이 들어간 레시피는 애당초 포기했다”고 밝혔다. 누구나 부담 없이 따라 할 수 있는 레시피를 전면에 내세운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클릭 한 번이면 레시피를 검색할 수 있는 시대에 독자들은 왜 요리 ‘책’을 찾을까. 류수영은 민음사를 통해 본보에 보내온 답변에서 “책은 나의 속도로 요리할 수 있게 해준다. 영상과 달리 러닝타임이 없어 실수가 적다. 책으로 익힌 요리는 훨씬 오래 기억에 남는다. 저도 그간 300여 개의 레시피를 만들면서 결국 가장 의지했던 것은 300권이 넘는 ‘책’이었다”고 전했다.

교보문고 집계에서도 올초(1월 1일~2월 23일) 요리책 판매가 전년 같은 기간대비 판매가 12.3% 늘어나는 등 최근 상승세다. 밀리의서재에서도 지난달 요리·운동을 포함한 ‘라이프스타일’ 분야 전자책 이용이 전월 대비 36% 증가해 전체 카테고리 가운데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 요리책 넘어 에세이까지…“스타 셰프 잡아라”

스타 셰프들은 요리 실용서를 넘어 에세이·인문 분야로까지 영역을 넓히며 새로운 저자군으로 주목받고 있다. 요리는 끼니를 해결하는 실용의 영역이면서, 정체성과 계층의 서사를 품은 가장 일상적인 문화 장르다. 그만큼 셰프들이 풀어낼 이야깃거리가 풍부하다는 것이 출판사들이 주목하는 점이다.


위즈덤하우스는 한국계 미국인 셰프 에드워드 리와 책 세 권을 출간 계약했다. 이중 ‘버터밀크 그래피티’(지난해 4월 출간)는 이민자의 시선으로 미국 사회와 음식을 풀어낸 에세이다. 화제성이 큰 인물인 만큼 선인세 경쟁도 치열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6월 출간된 최강록 요리사의 에세이 ‘요리를 한다는 것’(클)은 방송 프로그램 우승 소식과 맞물리며 일시 품절돼 예약판매를 하기도 했다. 이 책은 어머니와 함께 식당을 찾아다니며 ‘맛집’의 기준이 달라진 경험 등 요리를 매개로 한 삶의 이야기를 담았다. 최강록과 친분이 있는 출판사 대표가 “레시피북은 이미 있으니 당신의 이야기를 해보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해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조리법을 넘어 문화와 역사까지 설명할 수 있는 셰프에게는 러브콜이 이어진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요즘 여러 출판사가 모셔오고 싶어 하는 저자는 손종원 셰프”라며 “제안을 넣고 답을 기다리는 곳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다만 모든 스타 셰프의 책이 흥행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한 출판 관계자는 “이모카세, 나폴리 맛피아 등 화제가 된 셰프들의 책이 출간됐지만 모두 폭발적인 반응을 얻은 것은 아니다”라며 “정보가 넘치는 시대에 책이 경쟁력을 가지려면 극도로 전문화된 레시피이거나, 류수영처럼 인물에 대한 호감도가 높거나, ‘과묵하기로 유명한 최강록의 내면을 엿볼 수 있다’는 것처럼 분명한 장점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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