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관세 정책을 위법으로 판단한 연방대법원 판결과 관련해 보수 성향 대법관 3명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사진은 고서치 대법관이 2017년 4월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당시 앤서니 케네디 대법관에게 취임선서를 하는 모습. 2026.02.21 【워싱턴=AP/뉴시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2017년 1월~2021년 1월) 때 보수 성향 대법관 3명을 지명하며 대법원을 보수 6명, 진보 3명 대법관으로 구성된 ‘6대 3, 보수 우위’ 구조로 재편했다. 대법관들의 성향만 놓고 보면 6대 3으로 상호관세 부과가 합법이란 결과가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대법원은 그간 트럼프 대통령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한 판결을 내린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 만큼 이번 상호관세 위법 판단은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상당히 충격적인 결과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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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미 대법원은 국제경제비상권한법(IEEPA)에 근거한 상호관세 부과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비판적인 진보 성향 3명의 대법관(소니아 소토마요르, 엘레나 케이건, 커탄지 브라운 잭슨)과 3명의 보수 성향 대법관(존 로버츠·대법원장, 닐 고서치, 에이미 코니 배럿)이 위법하다는 결정을 내리며 6대 3으로 이 같은 판결이 내려진 것이다.
특히 보수 성향 대법관 중 고서치와 배럿 대법관은 트럼프 집권 1기 때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임명한 인사들이다. 또 강경 보수 성향의 인사로 분류돼 왔다. 이들은 미 대선 캠페인이 한창이던 2024년 7월 전직 대통령의 재임 기간 중 공적 행위에 대해선 면책 특권이 광범위하게 인정되어야 한다는 판결을 내리며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는데 기여했단 평가도 받았다.
하지만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 2기 핵심 정책을 위법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대법관 중 브렛 캐버노 대법관만 상호관세 부과가 ‘합법’하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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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AP/뉴시스] 미국 워싱턴DC 연방대법원.
● 美 언론, 대법원 독립성 보여줬다 평가
연방 대법원은 이날 판결을 통해 관세 부과가 의회의 고유 권한이란 점을 강조했다. 이를 두고, 주요 정책 결정 과정에서 법과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는 것을 분명히 한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판결과 위법 판결을 내린 대법관들에 대해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그는 대법원의 발표가 나온 뒤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대법관들에 대해 “국가의 수치”라고 비난했다. 미국에서 연방 대법관들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은 매우 이례적으로 여겨진다. 일각에선 최근 지지율 하락으로 정치적 위기를 겪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핵심 정책마저 법적 정당성을 잃은 판결이 나오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는 진단도 나온다.
그러나 미 CBS방송과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주요 언론들은 이번 판결과 관련해 연방 대법원과 대법관들이 원칙에 입각해 독립성을 보여줬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