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서의 은밀한 매력/이재정 지음/416쪽·2만7900원·푸른역사
종이가 나오기 전에 글을 대나무 같은 나무에 썼다는 건 다 아는 사실. 지금은 쓰다가 틀리면 지우개나 수정액으로 고치고 다시 쓰지만, 나무에 글을 썼던 시절에는 어떻게 고쳤을까.
보통 책은 담고 있는 내용이 중요하다. 하지만 이 책은 이런 통념과 달리 책이란 것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변해 왔는지를 다룬다. 과거에는 책을 만들 때 저자 표시를 어떻게 했는지, 어떤 제본·교정 방식과 편집 기술을 사용했는지 등 내용을 제외한 모든 것을 담았다.
“목간이 말려 있는 모습을 가리키는 한자가 ‘권(卷)’이다. 오늘날 우리가 쓰는 ‘책 한 권’이라는 표현은 목간을 펼쳤을 때의 모습 ‘책(冊)’, 말았을 때의 모습 ‘권’에서 비롯되었다.”(‘책의 원형’에서)
‘책(冊)’이란 글자의 유래, 원고지처럼 비석에 가로세로 구획을 나누고 글자를 쓴 ‘정간(井間)’, 옛사람들이 책에 저자와 목차를 표시한 방법, 마침표 쉼표 등을 아우르는 용어인 ‘구두점’이 생긴 이유, 조사를 ‘토씨’라고 하는 까닭 등이 상세히 설명된다. 책을 읽다 보면 ‘아하, 지금의 책이 이렇게 변해서 오늘에 이르렀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되는 재미가 쏠쏠하다. 다시 처음 궁금증으로 돌아가 보자. 이 책에 따르면 나무에 글을 썼던 시절 지우개 역할은 칼이 했다고 한다. 작은 칼로 잘못 쓴 부분을 깎아내 다시 썼는데, 이 칼을 ‘도필(刀筆)’이라고 불렀다. 중국 역사서 ‘사기(史記)’에서 문서를 작성하는 관리를 ‘도필지리(刀筆之吏)’라고 칭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한다. 부제 ‘편집의 시각으로 옛 책을 보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