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작가 꿈꾸던 26세 청년… 시골 마을 오두막 구매해 수리 도배-수도-배관 등 ‘셀프 시공’… 친구와 함께하며 관계도 치유 6년간 아웃도어 매거진에 연재… 출간하자마자 베스트셀러 등극 ◇내 작은 숲속 오두막으로/패트릭 허치슨 지음·유혜인 옮김/380쪽·1만8800원·웅진지식하우스
미국 워싱턴주 산골 마을의 오두막에서 한가로운 시간을 즐기는 저자. 웅진지식하우스 제공 ⓒ패트릭 허치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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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2013년 어느 날. 미국판 중고거래 장터인 ‘크레이그리스트’를 보던 그의 눈에 허름한 오두막 한 채가 들어온다. 미 시애틀에 사는 26세 청년이었던 저자는 지인들이 재테크와 결혼, 출산 같은 단계를 차곡차곡 밟아가는 모습을 보며 소외감을 느끼다가 ‘책임지는 어른처럼 보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산골 마을인 위츠엔드에 있던 이 집을 7500달러(약 1077만 원)에 산다.
당연히 집 상태는 엉망이었다. 출입문과 마룻바닥의 수평이 맞지 않아 문은 3분의 1쯤 열린 지점에서 바닥에 걸렸다. 구석엔 지저분한 장판 조각이 널려 있었다. 사다리를 타고 올라간 다락 바닥에는 녹슨 못이 반쯤 들어가다 만 채로 주르륵 튀어나와 있었다. 바닥재를 바꾸고, 도배도 해야 했다. 전기, 수도, 배관, 전선, 욕실, 조명, 와이파이 등 설비라고 할 건 전혀 갖춰져 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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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닌텐도 게임기는 몰라도 공구는 잡아본 적 없는 손”으로 집의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고쳐가는 노동의 과정 자체가 위안을 줬다. 도시엔 모든 게 갖춰져 있었지만 저자의 오두막에선 와이파이를 쓰려면 25km를 달려가야 했다. 그런데 이런 집에서 몸을 움직이자 무기력과 불면증이 사라졌다. 도시에서 일부러 해야 했던 ‘마음 챙김(mindfulness)’은 부지런한 움직임으로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저자는 친구들과 함께 허름한 오두막을 고치는 과정에서 무언가를 직접 만들어가는 기쁨과 해방감을 동시에 경험한다. 웅진지식하우스 제공 ⓒ패트릭 허치슨
드릴을 잘못 써서 벽을 뚫어버리거나, 화장실을 짓고 보니 남의 땅임을 뒤늦게 깨닫고, 쥐똥 세례를 맞는 좌충우돌의 과정을 저자는 미국 아웃도어 매거진인 ‘아웃사이드’에 연재했다. 연재물이 인기를 끌고 독자들의 출간 요청이 이어져 결국 이 책도 출판하게 됐다. 출간 즉시 아마존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MZ세대 월든’이란 별명도 얻었다.
책을 읽다 보면, 누구나 한번쯤 꿈꾸지만 시간이나 돈 등을 생각하고 계산기를 두드리며 미뤄뒀던 ‘낭만’을 실현해 나가는 저자의 모습에 대리만족을 느낀다.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내면의 생각부터 그 과정에서 만나는 풍경에 대한 유머러스한 묘사가 읽는 재미를 더한다. “마케팅 메일을 뿌리는 것 대신 더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보여줄 증거를 갖고 싶었다”는 저자는 이제 광고 일을 그만두고 목수가 됐다. 이 오두막을 시작으로 다른 숲속 오두막과 소형 주택, 트리하우스를 짓고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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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