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속 대출 꾸준, 역대급 수익 작년 4분기 요주의여신 8조 달해 기업-가계 대출 갚을 능력 약해져 ‘정교한 리스크 관리’가 성장 과제
8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은행의 지난해 연간 순이익은 총 13조9909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년보다 약 5% 늘어난 역대 최대 규모다. 2021년 순이익(10조316억 원)과 비교하면 4년 새 3조9593억 원(39.4%) 증가한 것이다.
지난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가 두 차례 단행됐음에도 불구하고 은행권이 역대급 수익을 낸 것은 시장 금리의 흐름이 예상과 달랐기 때문이다.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시장에 먼저 반영된 후, 오히려 물가 불안과 긴축 장기화 우려로 시장 금리는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여기에 가계와 기업의 대출 수요는 꾸준히 유지되면서 전체 이자 이익 규모를 키운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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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이 사상 최대 순이익을 거뒀지만 부실 대출이 늘면서 건전성은 다소 흔들리고 있다. 4대 은행의 지난해 4분기(10∼12월) 기준 요주의여신 합은 7조9291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요주의여신은 은행이 빌려준 대출금 중에서 연체 기간이 1∼3개월가량인 대출을 뜻한다. 요주의여신은 2024년(7조1146억 원)보다는 11%, 2021년(5조3093억 원)보다는 49% 많은 수준이다.
경기 부진 장기화로 기업, 가계가 대출을 갚을 능력이 약해진 데다 고금리 지속으로 돈을 빌린 기업, 가계의 이자 부담이 증가해 제때 갚지 못하는 상황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연체 기간이 3개월을 넘어 더 이상 회수가 어렵다고 판단되는 ‘고정이하여신’은 전년 말보다 14% 늘어난 4조5489억 원으로 집계됐다. 2021년 이후 가장 큰 규모다. 반대로 부실 대출 흡수 능력을 가늠할 수 있는 고정이하여신 대비 대손충당금(부실로 발생할 수 있는 미수금에 대비하기 위해 마련해 두는 일종의 예비금) 잔액 비율은 171.7%(4대 은행 단순 평균)로 2021년 이후 가장 낮다. 금융당국이 부동산 담보 대출 중심에서 벗어나 성장 가능성이 높은 분야에 자금을 공급하는 ‘생산적 금융’ 기조를 독려하는 만큼, 향후 정교한 리스크 관리가 금융권의 핵심 과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권 관계자는 “팬데믹 당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초저금리 대출을 풀었지만, 그 뒤로도 경기 회복이 더디고 시장금리도 오르면서 부실이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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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