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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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혈압은 ‘침묵의 살인자’로 불린다. 증상이 거의 없지만 심근경색, 뇌졸중, 심부전, 신장 손상 심지어 인지 저하 위험까지 슬금슬금 키운다.
과거에는 고혈압을 주로 노년층 질환으로 여겼다. 하지만 최근 연구에 따르면 35~64세의 ‘젊은 성인’도 고혈압 관련 심장질환 사망이 증가하고 있다.
혈압은 혈액이 동맥벽에 가하는 압력을 수치로 나타낸 것이다. 정상 혈압은 120/80㎜Hg 미만이다. 위의 숫자는 심장이 혈액을 내보낼 때의 압력인 수축기 혈압, 아래 숫자는 심장이 다시 혈액을 채울 때의 이완기 혈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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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더 엄격하다. 수축기 혈압 130㎜Hg 이상이거나 이완기 혈압 80㎜Hg 이상이다.
미국심장협회와 미국심장학회는 2017년에 고혈압 진단 기준을 140/90㎜Hg에서 130/80㎜Hg으로 낮췄다. 근거는 2015년 발표한 ‘수축기혈압 중재임상시험(Systolic Blood Pressure Intervention Trial·이하 SPRINT 연구)’이다. SPRINT 연구에서는 고혈압 환자들의 수축기 혈압을 120㎜Hg 미만 목표로 치료한 결과, 140㎜Hg 미만 치료군과 비교해 심근경색·뇌졸중·심부전 같은 주요 심혈관 사건 발생률과 전체 사망 위험이 유의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요한 점은, 이 효과가 ‘고혈압이 심한’ 사람에게만 국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조금 높은 정도’라 여겨졌던 혈압에서도 더 낮게 관리할수록 장기 위험이 줄어들었다.
30년 경력의 심혈관 전문의가 이를 근거로 “혈압 치료에서 가장 흔한 실수는 ‘대충 괜찮은 수치’에 만족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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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최근 게재한 인스타그램 영상에서 “혈압이 이상적 수치에 가깝더라도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SPRINT 연구 결과를 인용하며 정확히 120/80㎜Hg를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의사가 130/80 또는 120/88도 괜찮다고 말한다면 가장 중요한 데이터를 놓치고 있는 것”이라며 “정확한 목표는 120/80이다. 135도, 128도 아니고, 120이다”라고 말했다.
참고로 SPRINT 연구는 수축기 혈압을 120㎜Hg 미만으로 낮추는 전략이 심혈관 위험과 전체 사망률을 유의하게 낮추는 것과 관련 있음을 보여줬다. 연구에서는 이완기 혈압(80㎜Hg)은 목표로 삼지 않았다. 아울러 SPRINT 연구는 당뇨병 환자나 뇌졸중 병력이 있는 사람은 제외한 집단에서 수행한 결과라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혈압 낮추는 생활 전략
최근 뉴욕타임스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토대로 효과적인 혈압 조절 전략을 제시했다.
한국식 DASH 식단의 예시. 사진=AI 생성 이미지.
고혈압 예방 DASH 식단
과도한 나트륨 섭취는 혈압을 높이는 주요 원인 중 하나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식단이다. ‘고혈압 예방을 위한 식이요법’이라는 뜻의 ‘Dietary Approaches to Stop Hypertension’은 흔히 고혈압 예방 식사법 또는 DASH 식단으로 불린다. 100편 이상의 연구를 분석한 결과, DASH 식단은 22가지 생활습관·스트레스 관리 전략 중 혈압을 낮추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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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 아보카도, 멜론이 칼륨이 풍부한 대표적인 과일이다. 오렌지 같은 감귤류, 키위, 토마토, 복숭아, 자두에도 비교적 칼륨이 많이 들어 있다. 또한 시금치·근대 같은 잎채소, 콩류와 호박류(애호박 포함)도 훌륭한 공급원이다.
한국형 DASH 식단을 예로 들면 ‘밥을 백미에서 현미로 바꾸고, 국물을 줄이고, 김치·장아찌·젓갈 같은 소금 절임 식품은 적게, 대신 생선·두부·채소(시금치나 애호박 무침)를 늘리는 상차림이다.
등척성 근력 운동
최근 주목받는 방법이다. 2023년 ‘영국 스포츠의학 저널’(British Journal of Sports Medicine)에 게재된 메타분석에 따르면 유산소, 인터벌 등 모든 운동이 혈압 강하에 도움이 됐지만 등척성 운동이 가장 효과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등척성 운동이란 근육의 길이가 변하지 않은 상태에서 힘을 지속적으로 주는 운동이다. 즉, 관절을 움직이지 않고 버티는 동작이 핵심이다.
벽 스쿼트와 플랭크. 사진=AI 생성 이미지.
해당 연구에선 발을 어깨 너비로 벌리고 등을 벽에 댄 채 무릎을 90도 각도로 구부려 앉은 자세를 취하고 정해진 시간 동안 자세를 유지하는 ‘벽 스쿼트’가 매우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2분 운동-2분 휴식’을 한 세트로 하루에 4세트씩, 일주일에 3번 정도 규칙적으로 ‘벽 스쿼트’ 운동을 하는 것을 추천했다
전반적인 건강 상태가 더 좋은 사람이라면, 머리부터 발까지 몸을 일자로 유지한 채 버티는 플랭크도 좋은 선택지다. 한 번에 30~45초 유지, 1~2분 휴식을 한 세트로 하루 6~8회 반복하면, 연구에서 혈압 강하 효과가 관찰된 총 운동 시간(하루 4~8분)에 부합한다.
체력이 약한 사람은 횟수를 줄이거나 팔꿈치가 아닌 손바닥으로 지탱하는 수정 플랭크, 이른바 ‘엎드려뻗쳐 자세’를 해도 효과를 볼 수 있다. 이 또한 등척성 근력 운동에 해당한다. 주의할 점은 복부와 엉덩이에 힘을 주고 몸을 일직선으로 유지하는 것이다. 허리가 꺾여 코어의 긴장이 끊기면 단순 버티기, 조금 과장해 ‘운동이 아닌 노동’이 된다.
스트레스 관리
사실 가장 쉽지 않은 과제 중 하나다. 하지만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운동, 명상, 종교활동, 규칙적인 수면 등이 스트레스 감소 효과가 있다. 스트레스 관리는 혈압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 보조가 아니라 핵심 요소다.
약물 치료를 두려워하지 말 것
일반적인 치료 목표는 130/80㎜Hg 미만, 가능하다면 120/80㎜Hg 미만이다. 잦은 소변, 다리 부종 같은 부작용이 생길 수 있으나, 약물 조정으로 대부분 관리가 가능하다. 약을 복용하더라도 식단과 운동을 병행하면 혈압뿐 아니라 전반적인 건강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