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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나비효과’ 中 ‘덤핑’ 끝…韓 정유·석화 ‘반사이익’

입력 | 2026-02-03 07:17:35

美, 베네수엘라 석유 ‘무기한 통제’ 선언… 중국 ‘티포트’ 직격탄
공급 축소로 정제마진 상승 예고…베네수엘라 장기적 공급처 기대



에쓰오일 샤힌 프로젝트 건설 현장. 원유를 정제해서 석유화학 원료를 생산하는 TC2C, 높이 118미터의 프로필렌 분리타워, 연간 180만톤의 에틸렌을 생산하는 스팀크래커 등이 자리를 잡고 있다(에쓰오일 제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네수엘라 석유 산업을 장악하면서 국내 정유·석유화학 업계가 미소 짓고 있다. 더 이상 중국업체들이 베네수엘라에서 값싼 원유를 조달해 저가 공세로 시장을 장악하는 일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마두로 정권 축출 이후 베네수엘라산 원유 공급망을 직접 통제하고 가격 체계를 정상화하겠다는 방침을 굳혔다.

이 경우 글로벌 공급 과잉의 주범이었던 중국 한계 업체들이 원가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도태될 가능성이 커진다. 시장 불안 요인이 사라지게 돼 시황이 중장기적으로 안정화 국면에 접어들 수 있게 된 셈이다.

이에 따라 시장 가격이 정상화하고 우리 정유·석유화학 업체들이 반사이익을 볼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美, 베네수엘라 석유 ‘무기한 통제’ 선언… 중국 ‘티포트’ 직격탄

3일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최근 니콜라스 마두로 전 대통령 축출을 계기로 베네수엘라 석유 산업에 대한 고강도 개입을 공식화했다. 핵심은 베네수엘라산 원유의 무기한 수출 통제와 판매 방식의 전면적 전환이다.

미국은 파괴된 인프라를 복구하는 동시에 원유를 국제 시장 시세대로 판매하고, 그 수익금을 베네수엘라 측과 배분해 관리하겠다는 구상이다. 세계 최대 수준인 약 3038억 배럴의 원유 매장량을 보유한 베네수엘라가 더 이상 ‘저가 공급원’ 역할을 하기 어려워지는 셈이다.

이런 변화는 그간 베네수엘라 석유를 뒷마당처럼 활용해 온 중국에 치명적이다. 해외 에너지 매체 에너지나우(EnergyNow) 등은 원유 물동량 분석업체 보텍사(Vortexa)의 데이터를 인용해 “중국의 베네수엘라산 원유 수입은 하루 약 47만 배럴(bpd)로, 중국 전체 해상 원유 수입의 약 4.5%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그동안 중국의 소규모 정제시설인 ‘티포트(Teapot)’ 업체들은 이른바 그림자 선단을 동원해 두바이유 대비 배럴당 10~20달러나 저렴하게 원유를 조달해 왔다. 하지만 미국의 개입으로 가격이 정상화되거나 공급에 차질이 발생할 경우, 중국 정유·석화업체들은 러시아·중동산 원유로 수입처를 돌려야 하고, 이는 곧바로 원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공급 축소 속 정제마진 상승 예고…베네수엘라 장기적 공급처 기대

중국 정유·석화 업계의 원가 부담 증가는 국내 업체들엔 기회다.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HD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사들은 중동·미국산을 중심으로 한 안정적인 원유 조달 구조를 갖추고 있고, 고도화 설비 비중이 높아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높다. 중국 내 한계 업체들의 가동률이 떨어질 경우 아시아 시장의 공급 압력이 완화되며 정제마진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최근 진행된 업계 콘퍼런스콜에서도 이 같은 전망이 언급됐다. 에쓰오일은 실적 발표 자리에서 “베네수엘라산 원유가 중국 대신 미국 쪽으로 유입이 늘고, 이란산 원유 수출이 축소되면 중국 한계 업체로 공급되던 값싼 원유에 차질이 발생한다”며 “이는 중국 정유업체 가동률 하락으로 이어져 아시아 정제마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중국발 저가 공급이 약화하면 국내 정유·석화업체들의 상대적 가격 경쟁력이 개선될 수 있다는 의미다.

업황 자체의 공급 축소 기조도 한국 기업들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러시아 정제 설비의 가동 차질과 미국 내 노후 공장들의 연이은 폐쇄로 글로벌 정제설비 순증설량은 내년부터 급감해 2028년에는 ‘제로(0)’ 수준에 수렴할 전망이다. 이처럼 전반적인 공급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중국의 저가 물량까지 차단될 경우, 정제마진은 예상보다 가파르게 튀어 오를 수 있다.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등 국내 정유사들은 안정적인 조달망과 고도화 설비를 바탕으로 경쟁사 대비 높은 수익성을 확보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미국 석유 메이저들의 투자로 베네수엘라 생산량이 정상화될 경우, 우리나라가 고품질의 원유를 합리적인 가격에 들여올 수 있는 대안 공급처가 확보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저가 기반 구조가 흔들리는 것만으로도 국내 정유·석화 업계에는 구조적으로 유리한 환경”이라며 “베네수엘라 변수는 단기 이슈를 넘어 산업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요소”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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