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이재용 “숫자 좋다고 자만 말라”… 반도체 호황속 ‘마지막 기회’ 강조

입력 | 2026-01-26 04:30:00

[이재용 “자만할 때 아니다”]
李 “삼성다움 복원” 임원 대상 메시지
최대 실적-주가에도 ‘긴장감’ 강조… AI 반도체 이후 경쟁력 확보 주문
故이건희 ‘샌드위치 위기론’ 꺼내… 대외 불확실성 거론하며 낙관 경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최근 삼성 임원들에게 “숫자가 좋아졌다고 자만할 때가 아니다”라며 “지금의 숫자에 만족하지 말고 우리의 실력을 쌓자”고 강조했다. 올해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100조 원 돌파가 예상되는 가운데 ‘위기론’을 꺼낸 것이다.

최근 삼성전자가 장중 시가총액 1000조 원, 분기이익 20조 원을 돌파하며 새 역사를 쓰고 있지만 인공지능(AI)발 반도체 슈퍼사이클 다음을 대비하는 근원적 경쟁력 확보를 주문한 것으로 풀이한다.

● 사상 최대 실적에도… “샌드위치 신세 우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올해 임원 대상 세미나 메시지를 통해 임직원들에게 “숫자에 만족하지 말고 우리의 실력을 쌓자”고 강조했다. 동아일보DB

25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회장은 삼성 전 계열사 부사장 이하 임원 2000여 명을 대상으로 지난주부터 이달 말까지 순차 진행되는 ‘삼성다움 복원을 위한 가치 교육’ 세미나에서 이 같은 당부의 말을 전했다. 삼성인력개발원이 주관하는 해당 세미나는 삼성이 지난해 9년 만에 부활시킨 전 계열사 임원 대상 교육이다.

이 회장은 이번 메시지를 통해 “지금이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며 ‘지금의 숫자’에 만족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올해 세미나에 참석한 임원들에게는 ‘위기를 넘어 재도약으로’란 문구가 새겨진 크리스털 패가 전달됐다.

이 회장은 지난해 같은 행사에서는 사업부별로 당면한 문제점을 하나씩 짚은 뒤 ‘사즉생(死則生)’의 각오, ‘승부에 독한 삼성인’ 등 위기 의식을 강조한 바 있다. 행사에 참석한 한 삼성 임원은 “올해 세미나에서는 지난해 닥친 위기 이후에 실질적인 재도약과 혁신을 이뤄야 한다는 점이 주로 강조됐다”고 전했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이 2007년 제시했던 ‘샌드위치 위기론’도 다시 거론됐다. 당시 이 선대회장은 “중국은 쫓아오고 일본은 앞서가는 상황에서 한국 경제는 샌드위치 신세”라고 경고한 바 있다.

이 회장은 이를 다시 언급하며 “지금도 샌드위치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며 “경쟁 구도가 바뀌었고 상황이 더욱 심각해졌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의 기업 환경이 이전의 단순한 중국 및 일본과의 경쟁을 넘어서 최근 미중 패권 경쟁과 고환율, 보호무역 기조 확산 등 다양한 불확실성에 맞닥뜨린 상황을 경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세미나에서는 노키아 등 과거 앞서 나가다가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위기를 맞은 기업들의 사례도 소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또 “외부의 툴(도구)도 잘 활용하자”며 구체적인 예로 AI를 꼽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영상 메시지는 임원 교육 시작 즈음에 상영됐다. 이 회장이 영상에 직접 등장하지는 않지만, 삼성 임원들이 올해 알아야 하는 주요 메시지가 성우의 내레이션과 자막 등을 통해 전달됐다. 영상 상영 이후에는 외부 전문가 강연과 토론 등이 이어졌다.

● “선대부터 1등일 때 ‘위기 의식’ 강조”

이 회장이 올해 재도약과 혁신을 강조하는 배경에는 반도체 슈퍼 사이클에 가려 체질 개선과 같은 혁신 움직임이 좌초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 관계자는 “실적이 좋아졌다고 해서 긴장을 풀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점을 이 회장이 경영진에게 다시 한번 각인시킨 것”이라며 “AI 시대를 맞아 본원적인 기술 경쟁력을 얼마나 빠르게 회복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선대회장 때부터 세계 1등을 할 때 ‘이대로 가면 망한다’며 다음 위기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 ‘삼성다움’”이라며 “다시 ‘삼성다움’을 찾아 조직 전반에 체질화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10∼12월) 잠정 실적으로 매출 93조 원, 영업이익 20조 원을 냈다. 분기 기준 영업이익 20조 원 돌파는 국내 기업 역사상 처음이기도 하다. 여기에 한동안 5만 원대에 머물던 삼성전자 주가는 올 들어 15만 원을 넘어섰다. 영상 메시지에서 강조하는 ‘좋아진 숫자’가 실적과 주가, 두 가지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삼성전자 내부에선 이번 실적 반등이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과 AI 반도체 수요 확대 등 외부 환경 변화에 따른 결과일 뿐이라는 경계심도 적지 않다. 여기에 삼성전자 내에서 영상디스플레이(VD)와 생활가전(DA) 사업을 담당하는 일부 사업부는 지난해 2개 분기 연속 적자를 냈다는 전망이 나오는 중이다. 중국 업체들의 가격 공세, 원가 부담이 동시에 작용하면서 수익성 회복이 지연되고 있다는 평가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삼성이 침체를 겪은 뒤 최근 반등 국면에 들어선 만큼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는 당부가 이번 세미나 메시지에 담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민아 기자 omg@donga.com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트랜드뉴스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