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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과 내일/장택동]‘성역은 없다’ 확인한 尹 체포방해 판결

입력 | 2026-01-23 23:57:00

장택동 논설위원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체포 방해 등 혐의에 대한 1심 판결문에는 오랫동안 논란이 돼왔던 대통령 수사와 관련된 법리들에 관한 판단이 담겨 있다. 쟁점은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에서 체포를 위한 수색이 허용되느냐, 현직 대통령을 내란·외환죄 외에 다른 혐의로도 수사할 수 있느냐였다. 이에 대해 법원이 처음으로 판결을 통해 결론을 제시한 것이다.

대부분의 수색은 압수할 물건이 어디 있는지 찾기 위해 실시된다. 그래서 통상 압수수색이라고 묶어서 부른다. 하지만 사람을 찾기 위한 수색, 즉 대인수색도 있다. 이는 압수와 무관한 체포의 선행 절차다. 통상적인 수사에서 수색의 성격에 관한 법리까지 따져볼 일은 거의 없다. 그런데 윤 전 대통령 체포 과정에서는 수색의 의미를 어떻게 해석할지가 현실적인 문제가 됐다.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는 그 책임자의 승낙 없이는 압수 또는 수색할 수 없다”는 형사소송법 규정 때문이다.

“대통령 관저라도 사람 찾는 수색 가능”

대통령 관저가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라는 점에는 별 이견이 없지만, 이 규정이 압수를 위한 수색에만 해당하는지 아니면 체포할 사람을 찾는 수색에도 적용되는지는 명확하지 않았다. 법조계에서는 이 조항의 입법 취지가 군사 비밀 보호를 우선시한다는 것이므로 모든 수색이 금지된다는 주장, 법이 보호하고자 하는 대상은 물건에 담긴 비밀일 뿐 사람에게까지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견해가 맞섰다. 전자로 해석된다면 공수처와 경찰이 수색을 위해 관저에 들어가는 것부터 불법이므로 체포도 할 수 없게 된다.

이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은 명확했다. “피의자를 체포하기 위한 수색의 경우에는 이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책임자의 승낙 없이도 대인수색은 가능하다고 봤다. 입법자들이 이 조항을 만든 이유는 수색을 통한 실체적 진실의 발견, 군사 비밀의 보호라는 두 가지의 공익적 가치가 충돌할 때 고민해 보라는 것이지 군사 시설에 피의자가 숨을 수 있게 하려는 뜻은 아닐 것이다.

“불소추 특권에 수사는 포함 안 돼”

수색과 체포 이전에 당시 현직이던 윤 전 대통령을 직권남용 혐의로 수사하는 게 가능한지도 논란이 됐다. 헌법에는 내란·외환죄가 아니면 재직 중 대통령을 ‘소추’할 수 없게 돼 있는데, 관건은 여기서 소추의 의미가 기소로 한정되는지 아니면 수사까지 포함되는지였다. 현행법상 내란죄는 공수처의 수사 대상 범죄에 들어 있지 않다. 그래서 공수처는 먼저 직권남용 혐의로 수사에 착수한 뒤 관련 범죄로 내란 혐의를 수사했다. 그런데 소추에 수사가 포함된다면 대통령을 직권남용 혐의로는 수사할 수 없고 내란 수사로 이어갈 수도 없는 구조가 된다. 이전까지 현직 대통령을 기소하거나 직접 수사한 사례가 없어서 학계에서도 의견이 분분했다.

재판부는 “헌법은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제한하고 있지 않다”, “소추와 수사는 분명히 구분된다”고 명시했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이 직무정지 상태였다는 점에 대한 고려 없이 법원이 내린 판단이다. 항소심, 상고심을 거쳐 이 법리가 확정된다면 대통령 불소추 특권의 범위는 상당히 제한될 것이다.

물론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 직무의 중대성, 국가의 위상 등을 감안해 지극히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범죄를 저질러도 숨을 수 있었다는 고대의 소도(蘇塗) 같은 곳이 이 시대에 있을 수는 없다. 대통령도 성역이 아니라는 점을 확인한 이 판결이 만에 하나 앞으로 대통령들이 불법의 유혹을 느낄 때 경각심을 일깨우는 죽비가 되기를 바란다. 



장택동 논설위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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