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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광이를 위한 발라드’ 차준환의 올림픽 승부수

입력 | 2026-01-19 19:57:00

2018 평창 겨울올림픽 당시 전 종목을 통틀어 한국 최연소 남자 선수였던 차준환은 이제 ‘피겨스케이팅 맏형’이 돼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올림픽을 준비한다. 세 번째 올림픽 무대를 약 한 달 앞두고 프리스케이팅 배경 음악을 바꾸는 모험을 택한 차준환은 “나를 가장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는 곡이다. 4년에 한 번 있는 무대를 후회없는 순간으로 만들 것”이라고 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피겨 프린스’ 차준환(25)은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올림픽 피겨스케이팅 프리스케이팅 연기 때 입을 의상을 17일에야 ‘언박싱’했다. 2월 14일 열리는 ‘본 무대’를 채 한 달도 남겨두지 않은 시점이었다. 차준환은 또 프리스케이팅 주제곡도 ‘물랑루즈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에서 지난 시즌에 사용했던 ‘미치광이를 위한 발라드(로코)’로 바꾸기로 했다.

피겨 선수들은 대개 수년 전부터 ‘올림픽 시즌’을 준비한다.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주관 대회를 치르면서 심판 판정을 분석해 프로그램 완성도를 높여가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차준환의 이번 결정은 파격적이라고 할 수 있다.

차준환은 “(올림픽까지) 남은 기간이 길지 않아 고민은 깊게 했지만 결정은 빠르게 했다”면서 “4년에 한 번 열리는 올림픽 무대를 ‘어떤 순간으로 만들고 싶은가’를 최우선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물랑루즈 영화를 워낙 재미있게 보기도 했고 (OST 수록곡) ‘The Show Must Go On(쇼는 계속돼야 해)’ ‘Come What May(무슨 일이 있더라도)’ 노랫말에 힘을 얻기도 했다”면서도 “하지만 진정으로 내 내면을 투명하게 보여 줄 수 있는 곡은 지난 시즌 주제곡이었던 로코였다”고 했다.

로코를 배경 음악으로 쓰는 차준환의 프리 연기는 지난 시즌 ISU 최우수 프로그램 및 최우수 의상 부문에서 모두 최종 후보까지 올랐다. 차준환은 의상도 붉은색에서 흰색으로 변경했다. 프로그램의 방점을 ‘열정’보다 ‘고백’에 찍었기 때문이다.

차준환은 “지난 시즌에는 열정적으로 감정을 태워내는 폭발적인 느낌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했는데 노래를 다시 들으니 밀바(가수)의 목소리가 내면을 고백하는 애절한 외침처럼 와 닿았다”고 말했다.

차준환의 생애 세 번째 올림픽 여정도 ‘화려함’보다는 ‘부르짖음’에 가깝다. 차준환은 애초 이번 올림픽에서 피겨 최고난도 기술인 쿼드러플(4회전) 점프를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에 최대 5개까지 넣을 계획이었다.

그런데 부츠에 발목이 잡혔다. 작년 이맘때 신었던 부츠가 발에 가장 잘 맞아 같은 조건으로 네 켤레를 주문했는데 사이즈가 모두 제각각으로 나왔다. 제조사에서는 ‘똑같이 만들었다’고 했지만 새 부츠는 기존에 쓰던 깔창이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사이즈가 달랐다.

차준환은 올해 국가대표 선발전을 앞두고 부츠를 11켤레나 교체해야 했다. 얼음 위에서 반복해 점프해야 하는 피겨에서 부츠의 발목 지지력은 점프 완성도와 직결된다. 차준환은 결국 이번 올림픽에서도 쿼드러플 점프를 콤비네이션 없이 단독으로 뛰기로 했다.

“너무 안타깝다. (부츠가 발에 맞지 않는) 일을 겪으면서 두 달 이상을 허비했다. 현실적으로 제대로 연습할 수 있었던 게 (이달) 종합선수권대회 직전부터였다. 준비가 되지 않은 도전은 무모하다. 남은 시간 동안 할 수 있는 훈련을 고려하면 지금 프로그램으로 퀄리티를 높여 승부를 봐야 한다.”

차준환은 지난해 하얼빈 겨울아시안게임 때도 원하는 만큼 쿼드러플 점프를 뛰지 못했다. 하지만 쿼드러플 점프를 세 번만 뛰고도 완성도 높은 연기를 펼치며 한국 남자 피겨 최초로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냈다. 2018년 평창올림픽에서 15위, 2022년 베이징 대회 때 5위를 차지했던 차준환은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올림픽에서는 남자 싱글 첫 메달에 도전한다.

차준환은 올림픽 전 마지막 실전 점검 무대인 4대륙선수권대회 참가차 20일 중국 베이징으로 출국한다. 2022년 이 대회에서 한국 남자 선수 최초로 우승한 차준환은 3년 연속 메달을 노린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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