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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세계를 사로잡은 ‘이건희 컬렉션’… K컬처 품격 업그레이드

입력 | 2026-01-14 00:30:00

고대부터 근현대까지 한국 미술의 ‘정수’




국립중앙박물관·국립현대미술관이 미국 스미스소니언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에서 공동 개최하고 있는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기증품 해외 순회전을 찾은 관람객이 작품들을 살펴보고 있다.

《지난해 12월 15일 미국 워싱턴 스미스소니언 국립아시아미술관(NMAA)에서 국립중앙박물관·국립현대미술관 주최로 열린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 ‘한국의 보물: 모으고, 아끼고, 나누다’가 미국 내에서 찬사와 호평을 받으며 인기를 끌고 있다. K팝, K푸드, K드라마 등 대중문화로 대표되는 ‘K컬처’의 인기가 한국의 고미술·근현대 미술까지 확장되며 이번 전시회를 계기로 K컬처의 품격이 한층 올라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K컬처의 원류 감상할 기회… 입소문 타고 특별전 관람 열기 뜨거워

정선, 인왕제색도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국립중앙박물관(관장 유홍준)과 국립현대미술관(관장 김성희)은 고(故) 이건희 회장 기증품 국외 순회전의 첫 번째 전시로 ‘한국의 보물: 모으고, 아끼고, 나누다(Korean Treasures: Collected, Cherished, Shared)’를 2월 1일까지 NMAA에서 공동 개최 중이다.

이 전시는 국립중앙박물관의 국외박물관 한국실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기획돼, 2022년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어느 수집가의 초대’를 기반으로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이 대여한 소장품으로 이뤄졌으며, 전시 및 도록 원고 집필에도 양 관 학예연구직이 참여했다. NMAA 전시가 종료된 뒤에는 2026년 시카고박물관과 영국박물관에서 순회 전시가 이어질 예정이다.

박수근, 농악, 1960년대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NMAA에 따르면 고 이건희 삼성 회장 기증품 국외 순회전은 지난해 11월 15일부터 약 한 달간 관람객 1만5667명이 찾았다. NMAA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동일 규모의 이전 특별전과 비교해 관람객 수가 약 25% 증가했다”며 “현재도 관람객 증가세가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전시 열기는 미술 작품을 토대로 만든 상품(뮷즈)의 인기로도 이어지고 있다. 주최 측인 국립중앙박물관 등은 이건희 컬렉션 관련 뮷즈를 제작해 NMAA에 공급하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에 따르면 국립박물관 상품 브랜드 뮷즈(MU:DS)는 국외 순회전 개막 일주일 만에 완판됐으며, 총 주문액은 약 1억 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현지 박물관에서는 초도물량의 3배로 주문량을 늘려 국립박물관문화재단 쪽에 재주문을 요청한 상태다.



“북미에서 대규모 한국 미술 특별전, 문명사적 의미”

워싱턴포스트를 비롯해 CNN, 포브스 등 20여 현지 매체는 이번 순회전에 대해 보도하며 “‘케이팝 데몬 헌터스’ 열풍에 맞춰 미국에서 대규모 한국 미술 전시회가 개최된 것은 문명사적 의미가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관람객들이 역동적 K컬처의 뿌리라 할 수 있는 K미술의 걸작을 만나면서, 한층 품격 높은 K컬처를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은 워싱턴포스트 서면 인터뷰에서 “K팝 등 대중문화가 한국의 역동성을 보여줬다면 이번 순회전은 그 이면에 존재하는 섬세함과 깊이를 만날 기회”라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는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국가에 기증한 2만3000여 점의 작품 가운데 선별된 320여 점으로 구성됐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한 국보 7건과 보물 15건 등 총 172건 297점의 문화유산과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한 박수근, 김환기 등 한국 근현대 미술 24점이 출품됐다. 고대부터 근현대까지 한국 미술의 ‘정수’를 아우르는 작품들이다. 1980년대 정부 주도로 기획한 ‘한국미술 5천년전’ 이후 한국 미술을 전 세계에 알리는 40여 년 만의 최대 행사다.

김홍도, 추성부도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일월오악도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특별전에 전시된 고미술품으로는 정선의 ‘인왕제색도’, 김홍도의 ‘추성부도’, ‘일월오악도’, ‘법고대’, ‘천·지·현·황이 새겨진 백자 사발’ 등이 주목받고 있다. 근현대 작품 중에는 박수근의 ‘농악’, 김환기의 ‘산울림’, 김병기의 ‘산악’이 대표적이다.

이번 전시회는 K미술이 K팝, K드라마, K영화에 이어 세계 최정상 무대에 진입하는 신호탄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전문가들은 에도시대 목판화가 서구에 일본 미학을 전파해 인상파와 아르누보에 영향을 준 것처럼 이건희 컬렉션을 필두로 한 K미술이 575억 달러(약 84조7000억 원) 규모의 글로벌 아트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줄 것으로 예상한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은 개막 당시 “K컬처를 사랑하는 전 세계인들이 이번 특별전을 통해 한국 전통문화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과거와 현재를 관통하는 한국 문화의 힘과 예술성을 느낄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세준 숙명여대 문화관광학부 교수는 “이번 특별전은 이건희 컬렉션 자체가 가진 고유의 미를 잘 활용했다”며 “한국에 대해 전문가들만 알던 것들이 서구 대중에게도 알려져 한국 미술의 위상이 달라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전국에서 350만 관람객 동원… 한국 미술의 위상 높여

이번 해외 순회전이 성사될 수 있었던 것은 앞서 이건희 컬렉션의 전국 순회전이 한국 미술 사상 최대 규모의 관람객을 동원하며 열풍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이건희 컬렉션의 전국 순회전을 계기로 한국 미술 시장이 한 단계 성장했을 뿐 아니라, 한국 미술에 대한 전 세계적 관심도 급증했다.

백자 천, 지, 현, 황이 새겨진 백자 대접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은 2021년 이건희 컬렉션 첫 소개 전시를 시작으로 국립중앙박물관 소속 광주, 대구, 청주, 제주, 춘천의 국립박물관에서 순회 개최해 누적 관람객 수 116만 명을 돌파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2021년 처음 개최한 이건희 컬렉션 근현대 작품 전시도 경남, 부산, 울산, 경기, 전남 등 전국 주요 지역을 순회하며 누적 관람객 146만 명이 관람했다. 이 밖에 전국의 다른 미술관·박물관 전시 관람 인원까지 더하면 2021~2024년 누적 관람 인원은 350만 명을 넘긴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 따르면 이건희 컬렉션 순회전은 2468억 원의 생산 유발 효과와 1024억 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이건희 컬렉션 전시를 계기로 미술품 전시 관람 및 구매·소장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커지며 2022년 세계적 아트페어 ‘프리즈’의 서울 유치로 이어졌고 외국 화랑들의 한국 진출 러시를 낳았다.

같은 해 국내 미술시장 규모는 사상 처음으로 1조 원을 돌파했으며 그해 국립중앙박물관은 관람객 341만 명을 달성해 관람객 수 기준 세계 톱5 박물관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다. 국립중앙박물관의 관람객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2025년 650만 명을 넘어서며 세계 4위에 올랐다.

이건희 컬렉션을 계기로 한국 미술 시장은 세계적 주목을 받고 있다. 일례로 영국을 대표하는 현대미술가 데이미언 허스트의 아시아 첫 회고전은 올 3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릴 예정이다. 한 아트 컬렉터는 “지금 아트시장에서 가장 ‘핫’한 국가가 한국”이라며 “서울 강남권 화랑에서 외국인 작가가 전시하면 한국에서 개인전을 했다고 자랑할 정도”라고 말했다.



K미술의 위상 제고·지역문화 격차 해소… 기업 사회공헌의 새 기준 제시한 이건희 컬렉션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유족이 국가에 기증한 이건희 컬렉션은 기업 사회공헌 활동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업의 사회공헌이 국가 문화유산을 지키고 미술 산업을 활성화해 국가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선순환 모델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이건희 컬렉션의 기증 이후 다른 소장자들의 기증 문의가 잇따르면서 ‘제2의 이건희’ 등장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특히 고 이건희 회장 유족들은 유명 화가들의 대표작을 단순 기증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화가의 연고가 있는 전국 각지의 미술관에 ‘맞춤형 기증’을 해 각 미술관의 완성도를 높이는 선택을 했다. 이는 지역 간 문화 격차 해소를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온 국민이 문화를 향유할 수 있도록 인프라 확충에 기여해야 한다는 고인의 철학에 따른 결정이기도 하다.

‘해변의 가족’ 등 이중섭 화가의 제주 시기 삶을 담은 주요 유화들과 엽서, 은지화 등 12점은 제주도에 있는 ‘이중섭 미술관’에 기증됐다. ‘아기 보는 소녀’, ‘농악’ 등 박수근의 대표작과 작가 연구에 필수적인 스케치 등은 강원도에 있는 ‘박수근 미술관’으로 돌아갔다. 이 밖에 전남도립미술관에는 김환기, 천경자, 오지호 등 전라도가 배출한 걸출한 화가들의 작품 21점이 기증됐고, 광주시립미술관에는 김환기의 초기 대표작과 오지호의 풍경화 등이 기증됐다.

또 대구화단을 대표하는 이인성, 서동진, 서진달, 이쾌대, 변종하 등 중요 근대 화가들의 작품 21점은 대구시립미술관에 기증됐다. 예술계의 한 관계자는 “이건희 컬렉션 기증으로 지역미술관의 소장품 수준이 높아지며 지방의 문화 인프라가 강화됐다”며 “지역민들의 문화 향유 욕구 충족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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