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로 갈아탄 갱신 계약 5000건 돌파…집주인 월세 선호 뚜렷 입주물량 감소에 전세 잠김 지속…“세입자 선택지 더 줄어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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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해 임대차 계약을 체결한 건수가 5년 내 최대치를 기록했다. 정부의 대출 규제 이후 집주인의 월세 선호 현상이 뚜렷해진 데다, 시장에 풀리는 전세 매물 자체가 급감하면서 월세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전세를 유지하려는 세입자들은 선택지가 줄어들며 집주인의 월세 전환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구조에 놓였다는 분석이다.
대출 규제 이후 내 집 마련 포기…세입자 눌러앉기
5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아파트 전월세 계약 갱신 건수는 총 9만 8480건이다. 이 가운데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해 갱신 계약을 체결한 건수는 5187건으로, 전체의 5.26%를 차지했다.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된 갱신 계약은 2021년 1465건에 불과했지만, 이듬해 4101건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이후 2000건대로 줄었다가 지난해 다시 5000건을 넘어섰다.
전세의 월세화 현상은 최근 들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서울 전역에 대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에 따른 실거주 의무 강화와 전세대출 규제 등이 맞물리며 전세 매물이 급감한 영향이다. 여기에 대출 규제로 주택 매수가 어려워진 세입자들이 계약 갱신을 택하면서, 신규 전세 물건은 줄고 기존 계약의 월세 전환이 늘어나는 구조가 형성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른바 ‘집주인 우위 시장’도 월세화의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세입자는 매달 현금 지출이 발생하는 월세를 선호하지 않지만, 전세 매물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월세 조건에도 수요가 붙는다. 이로 인해 집주인들은 전세 대신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확보할 수 있는 월세를 선택할 여지가 커졌다.
실제 지난달 래미안 원베일리 전용 59㎡는 보증금 9억 원에 월세 40만 원 조건으로 갱신 계약이 체결됐다. 기존 계약은 전세 보증금 9억 8000만 원이었다. 같은 달 상도동 건영아파트에서도 보증금 4억 원·월세 140만 원에 재계약이 이뤄졌다. 종전 전세 보증금(7억 5000만 원)에 비해 보증금 부담은 줄었지만, 매달 현금 지출이 발생하는 구조다.
월세 전환이 늘면서 세입자 주거비 부담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서울 아파트 월세 가격은 3.29% 상승했다. 이는 2015년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연간 상승률이 3%를 넘은 것으로, 전년(2.86%)에 이어 2년 연속 최고치를 경신했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대출 규제와 같은 정책적 요인에 세제 부담까지 겹치면서 월세 선호 환경이 강화되고 있다”며 “전세 매물 잠김 현상과 월세 강세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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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남산타워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2025.12.31/뉴스1
올해 서울 입주 물량 감소…월세화 현상 가속
올해도 전세의 월세화 흐름은 이어질 전망이다. 전세 매물이 대출 규제와 갭투자 차단 여파로 줄어든 상황에서, 입주 물량 감소까지 겹치고 있어서다.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이달 2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2만 2677개로, 지난해 6월 27일(2만 4855개) 대비 8.7% 감소했다. 당시 정부는 전세대출 규제 강화를 발표한 바 있다.
입주 물량 감소도 전세난과 월세화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1만 6412가구로, 전년 대비 48% 줄어들 전망이다. 수도권 전체 입주 물량도 8만 1534가구로 전년(11만 2184가구)보다 약 28%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매매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경우 전세와 월세 부담이 동시에 커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전셋값은 통상 매매가격과 유사한 흐름을 보이기 때문에, 자금 여력이 부족한 세입자일수록 전세 시장에서 밀려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위원은 “월세화는 매매·전셋값 상승의 후폭풍 성격이 강하다”며 “과거 깡통전세와 빌라 사기 여파로 안정성을 중시하는 세입자가 늘어난 점도 월세 수요를 키우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