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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뒤 신차 절반 저공해차 팔아야… 내연차 퇴출 가속페달

입력 | 2026-01-05 04:30:00

정부 ‘저공해차 목표’ 오늘부터 시행
작년 전기차, 신차중 13.5% 그치는데… 2030년엔 전기-수소차 등 50%로
미달땐 대당 수백만원 기여금 내야
美-EU는 내연차 퇴출 속도조절… “中전기차, 한국에 급속 유입 우려”




현대자동차 대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아이오닉 9’

정부가 2030년에는 신차의 절반을 전기·수소차 등 저공해차로 판매하도록 하는 목표치를 내놨다. 올해 저공해차 보급 목표가 28%인 것을 감안하면 4년 만에 2배 가까이 늘려야 해 무리한 탈(脫)내연차 정책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전기차 보급에 앞장섰던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이 속도 조절에 나선 가운데 한국이 가속 페달을 밟으면서 국내 중소 부품업체들이 직격탄을 맞고, 중국산 저가 전기차가 반사이익을 누릴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 2030년엔 신차 절반 저공해차로 팔아야

기후에너지환경부는 4일 이 같은 내용의 ‘연간 저공해 및 무공해자동차 보급 목표 고시’를 5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자동차 제조·수입사는 올해 신차의 28%를 저공해차로 팔아야 한다. 이 목표치는 2027년 32%, 2028년 36%, 2029년 43%, 2030년 50% 등으로 해마다 꾸준히 높아진다. 보급 목표에는 무공해차인 전기·수소차와 저공해차인 하이브리드차가 모두 포함된다.

다만 하이브리드차 판매 실적은 1대당 0.3점이 인정돼 3, 4대를 팔아야 전기·수소차 1대를 판 것으로 인정된다.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자동차 제조·수입사는 목표치에 미달한 차량 대수만큼 기여금을 내야 한다. 기여금은 현재 1대당 150만 원이지만 2028년에는 300만 원으로 오른다. 또 목표를 채우지 못한 제조·수입사가 판매한 전기차에 대해서는 소비자에게 지급되는 구매보조금도 줄어든다.

자동차 업계를 중심으로 정부가 제시한 목표치가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전기차가 20만 대 넘게 팔렸지만 전체 신차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13.5%에 그친다. 하이브리드차 등 저공해차를 포함하더라도 목표 달성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앞서 지난해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발표하면서 2030년 신차의 40%, 2035년에는 70%를 전기·수소차로 보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2035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53∼61% 줄이려면 전기·수소차의 신속한 보급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기후부 관계자는 “2030년 저공해차 보급 목표가 50%지만 하이브리드차 실적도 인정되는 점을 감안하면 보급 목표 달성에 무리가 없을 것”이라며 “너무 급격한 목표치 상향을 막기 위해 하이브리드차 판매도 보급 목표에 포함하는 등 업계와 소통하는 노력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 전기차 앞장섰던 미국, EU 속도 조절하는데

신형 수소전기차 ‘디 올 뉴 넥쏘’

하지만 미국, EU 등이 내연차 퇴출에서 한발 물러선 상황에서 한국이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대당 7500달러였던 전기차 세액공제(보조금) 제도를 전격 폐지한 데 이어 자동차 연비 규제마저 완화했다. EU는 당초 2035년부터 시행하려고 했던 내연차 판매 전면 금지 조치를 지난해 12월 사실상 철회했다. 앞서 지난해 3월엔 독일, 이탈리아 등 주요 자동차 생산국들이 전기차 보조금을 축소했다. 자국의 자동차 산업 경쟁력과 기술 전환 속도 등을 고려해 전기차 확산 속도 조절에 나선 것이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을 극복하지 못하고 장기 불황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국내 자동차 업계는 하이브리드차 비중을 높일 계획이다. 현대차는 2030년까지 하이브리드를 포함한 저공해차 판매 비중을 59%까지 높인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번 조치로 국내 시장에 본격 진출한 중국산 저가 전기차에 시장을 내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과 유럽이 자국 자동차 산업을 보호하려는 상황에서 한국만 전기차 판매에 집중하게 되면 중국 전기차가 한국에 급속도로 유입될 우려가 있다”고 진단했다.

전기차 전환이 빨라지면 1만여 개의 내연차 부품업체가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정부 목표치를 맞추기 위해 추가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협회 측은 “구매 보조금을 늘리고 충전 인센티브도 확대하는 등 수요 창출 지원책이 함께 추진돼야 전기차 판매를 늘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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