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알화 가치 급락에 물가 치솟아 상인들, 가게 문 닫고 시위 주도 “3년전 히잡 의문사 사태 연상” 온건파 대통령 “대화하겠다” 밝혀
36년 전 中 ‘탱크맨’처럼… 이란 남성, 오토바이 경찰과 대치지난해 12월 28일부터 이란에서 화폐 가치 급락, 고물가 등에 반발하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한 남성이 수도 테헤란 도로에 앉아 오토바이를 탄 경찰들과 대치하고 있다(위 사진). 이 장면을 담은 영상이 확산되면서 이 남성을 1989년 6월 중국의 민주화운동 ‘톈안먼 시위’ 당시 맨몸으로 당국의 유혈 진압에 맞선 이른바 ‘탱크맨’과 비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사진 출처 ‘X’·동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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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28일부터 현재까지 이란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사상 최저치로 떨어진 리알화 가치, 고물가, 에너지 가격 인상, 상시화한 전력난과 단수 등 민생고에 항의하는 차원이다.
특히 신정일치 국가 이란의 이슬람 보수주의 집권 세력을 지지해 왔던 상인들이 이번 시위를 주도한다는 점에서 대학생과 진보 성향 지식인 등이 주도했던 과거 반정부 시위보다 파급력이 훨씬 크다는 평가다. 이미 이란 안팎에선 2022년 9월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의문사한 소수민족 쿠르드족 여성 마사 아미니(당시 22세) 사태에 항의하는 반정부 시위에 버금가는 규모로 시위가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 리알화 사상 최저에 상인 집단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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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전문가인 구기연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교수는 “1979년 이슬람 혁명을 성공시켜 오늘의 이란을 만든 두 세력이 상인과 성직자”라며 “이런 상인 집단이 이슬람 보수주의 정권에 등을 돌리려 한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 하메네이가 집권 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고 분석했다. 그는 “강경 진압으로 사상자가 나오면 상황이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 당국이 매우 조심스럽게 대응하는 모양새”라고 덧붙였다.
이번 시위는 미국 달러 대비 사상 최저치로 떨어진 리알화가 촉발시켰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달러 대비 리알 환율은 지난해 12월 28일 달러당 142만 리알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환율 변동에 민감한 상인 집단이 반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2015년 이란이 서방 5개국과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맺고 제재 해제 기대감이 고조됐을 당시 환율은 달러당 약 3만2000리알이었다. 불과 10년 만에 리알화 가치가 44분의 1 수준으로 급락한 것이다.
리알화 가치는 2024년 12월만 해도 달러당 80만 리알대를 유지했다. 그러나 집권 1기 때부터 이란에 적대적이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하면서 2025년 4월 100만 리알을 돌파했고 이후에도 줄곧 달러 대비 하락세다. 화폐 가치 하락을 방어하지 못한 여파로 모하마드 레자 파르진 전 중앙은행 총재는 같은 해 12월 29일 전격 경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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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29일 시위에서는 상당수 상인이 가게 문을 닫고 당국에 저항했다. 한 시민은 AP통신에 “현 상황에서 사업을 하는 게 의미가 없다. 정부가 외환시장에 즉각 개입해 화폐 가치 하락을 막고 투명한 경제 전략을 수립해 달라”고 요구했다.
하루 뒤인 지난해 12월 30일 수도 테헤란에서는 테헤란대, 베헤슈티대 등 최소 6개 대학에서 대학생들이 시위에 나섰다. 이스파한, 야즈드 등 다른 도시에서도 시위가 벌어졌다. 개혁파이며 상대적으로 온건한 성향인 마수드 페제슈키안 대통령은 “시위대와 대화하겠다”고 밝혔지만 하메네이가 실권을 쥐고 있는 터라 사태 해결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한계 봉착한 하메네이 체제
하메네이는 시위 발발 후 아직까지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침묵하고 있다. 미국 CNN 등은 이번 사태를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면 하메네이 체제가 사실상 한계에 봉착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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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하메네이 정권이 경제난 중에도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 예멘의 친이란 반군 후티 등을 계속 지원하는 것도 국민 불만을 키웠다.
지난해 6월 이스라엘과의 ‘12일 전쟁’ 당시 핵과 미사일 관련 시설이 대거 파괴된 것도 하메네이의 정치적 입지와 ‘중동의 군사강국’ 이미지를 크게 훼손했다. 이미 트럼프 대통령,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지난해 12월 29일 회동에서 “이란이 핵 시설 재건과 미사일 전력 재비축을 기도한다면 군사 행동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 상태다.
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