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우크라-베네수엘라-이란…트럼프, 새해에도 ‘아이고 머리야’

입력 | 2025-12-31 13:48:00

‘평화 대통령’ 자찬했지만…외교현안 산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 시간) 백악관 외교 접견실에서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2025.12.18 워싱턴=AP/뉴시스


“해결되지 않은 외교 현안들을 대거 떠안은 채 새해를 맞이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부터 최근 베네수엘라와의 긴장 고조 상황 등까지 산적한 외교 현안들을 안고 불안한 새해 출발을 하게 됐다고 미국 정치매체 폴리티코가 30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 1월 2기 행정부 출범 후 임기 내내 외교 치적을 내세우며 자신이 노벨평화상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까지 펼쳤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가 심혈을 기울인 해외 지역 현안들은 여전히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선 오히려 최근 갈등이 더 커지는 분위기다. 폴리티코는 “미 공화당원 중 일부는 자신을 ‘미국 우선주의’ 대통령으로 규정한 트럼프 대통령이 해외 분쟁 해결에 깊이 관여하는 데 대해 점점 불안해하고 있다”고 했다.

● 뚜렷한 해법 없는 우크라 종전 협상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기간 중 “취임하면 24시간 이내에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을 종전시키겠다”고 공언했지만, 종전 협상은 여전히 끝이 보이질 않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8일 미 플로리다주 사저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만난 직후 “그 어느 때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입장이 가까워졌다. 95% 정도”라며 기대감을 높였지만,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핵심 쟁점을 두고 여전히 팽팽히 맞서고 있다. 특히 러시아가 대부분을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도네츠크주와 루한스크주를 합한 지역)의 러시아 병합 등 영토 문제를 둘러싼 양측의 이견이 여전하다. 미국과 우크라이나 정상이 종전안을 논의한 바로 다음 날엔 우크라이나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관저 공격을 시도했다는 러시아 측 주장이 나왔고, 우크라이나는 “거짓말”이라며 즉시 반박하며 긴장이 고조되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 시간) 미 플로리다주 팸비치의 마러라고 자택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회담에 앞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5.12.30 팸비치=AP/뉴시스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난 하루 뒤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회담 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재건 시작 시점에 관해 “곧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휴전 협상에 대해서도 낙관했다.

하지만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앞서 10월 트럼프 대통령 중재로 가자지구 평화 구상 1단계인 휴전엔 일단 합의했지만, 2단계로 나아가질 못하고 있다. 2단계의 핵심은 하마스의 무장 해제인데, 하마스가 이스라엘 점령에 맞선 무장 저항의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는 등 저항하면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것. 폴리티코는 “평화 프로세스는 끈질긴 외교적 관리가 필요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자신의 구상을 실행할 인력과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지는 아직 불확실하다”면서 “가자지구에서 또다시 충돌이 발생할 경우, 이는 지금까지 트럼프의 대표적 외교 성과 중 하나를 위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베네수엘라와 충돌, 수년간 분쟁으로 끌어들일 수도”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대표적인 외교안보 성과 중 하나로 꼽는 사안은 6월 미 역사상 처음 이뤄진 이란 본토 공격이다. 그는 당시 이란의 핵 프로그램이 완전히 파괴됐다면서, 잠재적인 위협을 제거했다고 주장해왔다.

다만 이러한 기대와 달리 현재 이란이 다시 핵 프로그램을 재건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란을 주적으로 여기는 네타냐후 정권은 최근 이란의 미사일 복구 등을 문제 삼으며 ‘선제 타격’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이 같은 상황을 두고 폴리티코는 “미국이 다시 개입하게 되는 새로운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29일 미군이 공개한 영상에서 동태평양을 항해하는 마약 운반 의심 선박을 향해 미사일을 겨냥하고 있다.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이 베네수엘라에서 첫 지상 작전을 수행했다고 밝혔다. 사진 출처 미군 남부사령부 X

미국의 본격적인 군사작전이 임박해 있단 관측이 나오는 베네수엘라와의 긴장 상황도 새해 들어 트럼프 대통령의 발목을 잡을 외교 현안으로 떠오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3년부터 장기 집권 중이면서 부정선거, 반대파 탄압, 마약 밀매 등으로 비판받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겨냥해 자진 퇴진을 압박하고 있다. 최근엔 베네수엘라에 대한 미군의 첫 지상 작전이 시행된 사실까지 공식 확인했다. 특히 베네수엘라 인근 카리브해 지역으론 미군 특수부대가 사용하는 CV-22 오스프리 수송기 등 항공 전력과 병력 등까지 이동 배치해 베네수엘라에 대한 압박 수위를 더욱 끌어올리기도 했다.

다만 이 같은 베네수엘라와의 긴장 고조가 미국이 외국 분쟁에 휘말리지 않게 하겠단 약속을 중심으로 형성된 ‘미 우선주의’ 진영을 분열시키고 있다는 평도 있다. 폴리티코는 “일부 반개입주의자들은 마두로 축출이 오히려 지역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미국을 수년간의 분쟁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고 경고한다”고 꼬집었다.



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트랜드뉴스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