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로 자기소개서가 획일화되자 일본 기업들이 서류 전형을 폐지하고 있다. 면담과 영상 중심 채용으로 인재를 가려내려는 변화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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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자기소개서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채용 현장에서 지원자의 개성을 가려내기 어렵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서류 전형의 실효성에 대한 문제의식 속에 일본 기업들 사이에서는 자기소개서 중심 채용을 과감히 폐지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AI를 활용하면 짧은 시간 안에 완성도 높은 자기소개서를 작성할 수 있지만, 그만큼 내용은 비슷해지고 평가 기준도 흐려진다. 기업들은 지원 편의성은 높아졌지만, 정작 ‘사람을 보는 채용’은 어려워졌다는 판단에 이르렀다.
● 로토제약 “자소서·AI 면접 대신 15분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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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담 이후에는 심층 면접과 협업 과제 전형 등을 거쳐 최종 합격자를 선발한다. 면담은 대면을 원칙으로 하며 일본 전국 8개 지역에서 실시할 예정이다. 로토제약은 생성형 AI 확산으로 자기소개서 내용이 유사해지면서 기존 방식으로는 개인의 가치관과 잠재력을 충분히 파악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AI 면접에 대해서도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회사 측은 “현행 채용 프로세스가 기업과 학생 모두에게 최적의 방식인지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지원이 쉬워질수록 효율 중심 선발로 흐르고, 학생들은 기업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다수의 전형을 치르게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서류나 AI 면접보다 직접 대화를 통해 가치관과 비전을 확인하는 것이 더 나은 채용으로 이어진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 취준생 10명 중 7명 AI 활용… 대기업도 ‘자소서 폐지’
실제로 AI 활용은 일본 취업 시장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취업정보포털 마이나비가 내년 3월 졸업 예정인 대학생·대학원생을 조사한 결과, AI 활용 경험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67%에 달했다. 활용 목적(복수 응답)으로는 자기소개서 첨삭이 69%로 가장 많았고, 자기소개서 작성을 전적으로 AI에 맡긴다는 응답도 41%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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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코하마은행 역시 올해 졸업 예정자를 대상으로 한 신입 채용에서 자기소개서를 없애고, 1분 분량의 영상으로 지원자가 자신의 경험과 성과를 설명하도록 했다. 요코하마은행은 “자유롭게 자신을 표현하는 영상을 통해 개성이 뚜렷한 인재들이 지원하길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 중소기업도 ‘자소서 없는 채용’… 오히려 성과로 이어졌다
중소기업에서는 서류 전형 폐지가 오히려 채용 성과로 이어진 사례도 나타났다. 주방기기 제조업체 나카니시제작소는 지난해 10월 서류 전형을 없애고 적성검사 이후 지원자 전원과 면담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그 결과 통상 약 200명이던 지원자는 올해 신입 채용에서 약 350명까지 늘었다. 회사 측은 지원자들의 회사 이해도가 높아지면서 채용 규모도 확대하기로 했다. 현재 약 20명 수준인 채용 인원은 내년 봄 50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채용 비용은 증가했지만, 지원자들이 회사를 충분히 이해한 상태로 입사하게 됐다”며 “인력난에 시달리는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서류 전형 폐지 흐름은 더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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