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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올 들어 72% 상승… 올해 ‘동학개미’ 수익률, ‘서학개미’ 제쳤다

입력 | 2025-12-29 04:30:00

코스피, 美-日-中 증시 상승률 넘어
상반기엔 뷰티-식품-‘조방원’ 종목
하반기엔 반도체-로봇 관련주 활약
동·서학개미 모두 女가 男보다 수익… 우량 종목 사서 장기 보유하면 유리




코스피가 사상 최초로 4,000을 돌파한 올해 10월 27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국회와 증권업계 관계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거래소 제공

올해 국내 증시가 전인미답의 경지인 4,000을 뚫고 고공 행진하며 주요국 증시의 상승률을 웃도는 성과를 냈다. 상반기(1∼6월)에는 뷰티와 식품, 조방원(조선-방산-원자력) 등 수출 경쟁력을 증명해낸 주도주가 강세를 보였고, 하반기(7∼12월)에는 반도체 관련 주가 급등하며 증시를 한 단계 위로 끌어올렸다. 그 결과 국내 증시에 투자하는 동학개미들도 미국 등 해외 증시에 투자하는 서학개미들보다 높은 수익률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 주요국 증시 제친 코스피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 26일까지 코스피는 72.11%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대표 지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17.82%)와 나스닥종합지수(22.18%)를 크게 앞질렀다. 코스닥지수는 35.61% 올라 코스피의 상승률을 따라잡지는 못했지만 주요 증시 대비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일본 닛케이225평균주가(27.13%), 중국 상하이종합지수(18.26%), 홍콩 항셍지수(28.51%), 대만 자취안 지수(23.17%) 등은 모두 코스닥 상승 폭을 하회했다.

올해 뜨거웠던 코스피에서 가장 크게 상승한 종목은 동양고속(984.35%)과 천일고속(923.64%)으로 집계됐다. 서울시가 추진 중인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재개발 기대감이 커지면서 9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급등했다. 천일고속과 동양고속은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지분을 각각 16.67%, 0.17% 보유 중이다. 다만 두 종목 모두 유통 주식 수가 많지 않기 때문에 단기 급등에 따른 거래정지 조치가 끝난 뒤 급락하는 등 큰 변동을 보였다.

하반기 반도체 주가 강세에 더해 지주사에 대한 재평가 움직임이 생겨나며 두산그룹 지주사인 두산 주가가 218.04%나 올랐다. 특히 두산의 우선주인 두산우(370.56%)와 두산2우B(339.17%)는 모두 보통주보다 많이 올랐다. 우선주는 의결권이 없는 대신 배당을 더 받을 수 있다.

시가총액 부동의 ‘투 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해 주가가 108.83%, 238.13%나 상승했다. 특히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리더십에 대한 기대감에 시가총액이 436조 원까지 불었다. 일본 시총 1위 종목인 도요타자동차(약 493조 원)와의 격차를 좁혔고, 지난달에는 한때 제치기도 했다.

● ‘AI’와 ‘수출’ 양 축으로 날았다

올해 내수가 부진한 가운데 수출이 긍정적이었던 한국 경제의 모습이 증시에도 반영됐다. 지난해 코스피에 직상장한 뷰티 기업 에이피알은 올해 주가가 366%나 오르며 코스피 상승률 4위에 올랐다. 1988년생인 김병훈 대표가 창업한 에이피알은 올 연말 미국 아마존 블랙프라이데이 프로모션 행사에서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세계적인 데이터센터 구축 열풍에 힘입어 전력기기 업체들은 실적과 주가 모두 한 단계 위로 올라섰다. 효성중공업(355.47%), LS일렉트릭(188.87%), HD현대중공업(80.52%) 등 전력기기 3사는 수익성이 높은 수출 비중의 증가에 힘입어 주가가 크게 올랐다.

조선, 방산, 원자력은 올 한 해를 관통한 테마였다. HD현대중공업(80.52%), 한화에어로스페이스(173.09%), 두산에너빌리티(332.48%) 등 각 테마의 대장주들은 올해 주가가 크게 오르며 시가총액 순위 5위 다툼을 치열하게 벌였다. 조선은 친환경선박 교체 수요에 따른 슈퍼사이클이 시작됐고 제조업 부흥을 노리는 미국과의 협력 기대가 커졌다. 방산과 원자력은 내수 역량을 바탕으로 대규모 수주를 따내며 내년까지도 호실적을 거둘 것이란 기대가 힘을 얻었다. 그 결과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가운데 올해 수익률 상위권을 원자력과 방산 테마 ETF가 차지했다.

올 연말을 화려하게 장식한 테마는 로봇이었다. 코스닥 수익률 상위권에는 원익홀딩스(1315.69%), 로보티즈(1083.69%), 클로봇(647.47%) 등 로봇기업이 이름을 올렸다. 원익홀딩스는 올해 들어 26일까지 국내 증시에서 가장 많이 오른 종목으로 꼽혔다.

● 서학개미 이긴 동학개미


뜨거웠던 국내 증시의 영향으로 동학개미의 수익률이 서학개미를 제친 것으로 나타났다. NH투자증권이 올해 1월 1일부터 12월 16일까지 매수·매도가 이뤄진 국내 주식 투자 고객 216만 명과 해외 주식 투자 고객 62만 명을 분석한 결과 국내 주식 투자자는 31.38%의 수익률을 올렸다. 반면 해외 주식 투자자는 12.33%의 수익률을 올리는 데 그쳤다.

동학개미는 올해 SK하이닉스를 가장 많이 순매수했고, 삼성전자를 가장 많이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학개미는 엔비디아를 가장 많이 순매수하고, 애플을 가장 많이 순매도했다.

성별로는 동학·서학개미 모두 여성이 남성보다 수익률이 좋았다. 여성 동학개미의 수익률은 34.76%로, 남성 동학개미(27.83%), 여성 서학개미(14.10%), 남성 서학개미(10.61%)를 모두 앞질렀다. 동학·서학 개미 모두 여성 투자자의 회전율이 남성 투자자보다 현저히 낮았다. 남성 동학개미는 229%, 남성 서학개미는 181%가 넘는 회전율을 보였지만 여성 동학개미는 111.6%, 여성 서학개미는 회전율이 86%에 그쳤다.

사고파는 대신 우량종목을 매수해 보유하는 ‘바이 앤드 홀드’ 전략이 높은 수익률을 가져오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연령대별 성과에서도 나타났다. 연령대별 수익률을 보면 동학개미(35.22%)와 서학개미(15.84%) 모두 19세 이하 세대의 수익률이 전 세대 가운데 가장 높았다. 이는 부모가 자녀의 계좌를 관리하는 경우가 많아 우량주를 산 뒤 자주 사고팔기보단 보유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19세 이하 해외 주식 투자 고객의 회전율은 61%에 그쳐 20대 고객(171.3%)보다 매수·매도가 훨씬 적었다. 20대 투자자는 국내 증시에선 28.32%, 해외 증시에선 11.38%의 수익률을 올렸다.

ETF를 제외하고 19세 이하 고객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국내 증시에서는 SK하이닉스, 해외 증시에서는 테슬라였다. 20대도 개별 종목 중에선 SK하이닉스와 엔비디아를 많이 순매수했지만 사고파는 빈도가 수익률 차이를 가져왔다.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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