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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버른에서 띄운 소주 마티니”… 메리어트, 韓 여행객에 ‘러브콜’ 보낸 까닭

입력 | 2025-12-28 18:25:43

아시아·태평양 ‘트래블 얼라이언스’ 가동… 차세대 여행 허브 구축
‘아시안 얼라이언스’ 전략 시동… 한국·싱가포르·일본 잇는 관광 벨트 강화
호주 멜버른서 글로벌 미디어 행사… “한국인은 최우선 VIP, 맞춤형 혜택 확대”
스타 믹솔로지스트 밀리 탕과 협업… 서울의 맛 ‘소주’ 등 로컬 식재료 재해석
2026년 초 APEC 전역 도입… ‘무알코올’부터 ‘로컬 투어’까지 경험의 다양화




메리어트인터내셔널이 아시아태평양(APAC) 지역의 폭발적인 여행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을 핵심축으로 하는 새로운 성장 전략을 발표했다. 특히 구매력이 높고 트렌드에 민감한 한국인 여행객을 ‘전략적 우대 대상’으로 설정하고, 이들을 위한 전용 콘텐츠와 식음료(F&B) 경험을 대폭 강화하는 방침이다.

메리어트그룹은 최근 범아시아 권의 주요 거점이자 미식의 도시로 불리는 호주 멜버른의 ‘AC호텔 바이 메리어트(AC Hotels by Marriott)’에서 한국, 싱가포르, 일본, 인도 등 아시아 주요국 미디어 관계자들을 초청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아시안 얼라이언스(Asian Alliance)’ 비전을 공개했다.

AC 호텔이 추천하는 멜버른 도심 관광코스.

AC 호텔이 추천하는 멜버른 도심 관광코스.



“한국인 여행객 잡아라”… 아태지역 ‘관광 동맹’의 핵심으로 부상
메리어트가 이번에 발표한 전략의 골자는 한국과 싱가포르, 일본, 호주 등 아시아 태평양 주요 국가 간의 연계를 강화하는 것이다. 팬데믹 이후 국경 간 이동이 자유로워지면서 이들 국가를 오가는 여행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메리어트 측은 특히 한국 시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국은 아웃바운드(내국인의 해외여행) 수요가 아시아에서 가장 활발한 국가 중 하나이며, 글로벌 여행 트렌드를 주도하는 ‘테스트 베드(Test Bed·새로운 상품이나 서비스의 성능을 시험하는 환경)’ 역할을 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AC 호텔이 추천하는 멜버른 도심 관광코스.

AC 호텔이 추천하는 멜버른 도심 관광코스.

AC 호텔이 추천하는 멜버른 도심 관광코스.

호주 멜버른 현지에서 열린 미디어 브리핑에서 메리어트 관계자는 “한국 여행객은 세련된 감각과 합리적인 소비를 동시에 추구하는 스마트 컨슈머(똑똑한 소비자)”라고 정의하며 “이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단순한 숙박을 넘어선 차별화된 여행 특화 상품을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메리어트는 ‘셀렉트 서비스(Select Service·필수적인 서비스에 집중해 합리적인 가격을 제공하는 호텔 등급)’ 브랜드인 AC호텔을 전면에 내세웠다. AC호텔은 4성급 비즈니스호텔로, 불필요한 장식은 덜어내고 핵심적인 디테일에 집중한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젊은 여행객들을 공략하고 있다.

호주 믹솔로지스트와 협업… ‘서울의 맛’ 담은 칵테일 개발

이번 전략의 첫 번째 가시적인 성과는 식음료 부문의 전면적인 리뉴얼이다. AC호텔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고유한 정체성을 메뉴에 반영하기 위해 호주 출신의 세계적인 믹솔로지스트(Mixologist·새로운 칵테일을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개발하는 전문가)인 밀리 탕(Millie Tang)과 독점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약 20년의 경력을 보유한 밀리 탕은 호주 ‘올해의 바텐더’를 2회 수상한 인물로, 다문화적 배경과 예술적 감각을 칵테일에 녹여내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그녀는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멜버른, 서울, 도쿄, 마닐라, 쿠알라룸푸르 등 아시아 주요 도시를 직접 탐방하며 영감을 얻었다.

그 결과물로 탄생한 것이 각 도시의 이야기를 담은 ‘시그니처 로컬 칵테일’이다. 가장 주목할 만한 메뉴는 한국의 전통 주류인 소주를 베이스로 한 ‘소주 마티니(Soju Martini)’다. 밀리 탕은 서울의 밤거리와 역동적인 문화에서 영감을 받아, 서양의 대표적인 칵테일인 마티니에 한국적 색을 입혔다. 이는 한국인에게는 친숙함을, 외국인에게는 신선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전략적 메뉴다.

이 외에도 필리핀의 대표 작물인 자색고구마 ‘우베(Ube)’를 활용한 ‘우베 사워’, 말레이시아 요리의 필수 식재료인 ‘판단(Pandan)’ 잎을 사용한 칵테일, 일본의 향긋한 ‘유자’를 넣은 음료 등 각국의 미각적 특징을 현대적인 레시피로 재해석했다.

0% 알코올부터 클래식의 재해석까지… 정교해진 메뉴 라인업

AC 호텔 칵테일과 브런치 식사.

AC 호텔 칵테일과 브런치 식사.

새로운 음료 메뉴는 단순히 지역색을 입히는 것에 그치지 않고, 현대 여행객들의 변화된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했다. 최근 건강을 중시하는 ‘헬시 플레저(Healthy Pleasure)’ 트렌드에 맞춰 알코올 도수가 없는 ‘0%’ 컬렉션을 별도로 구성했다. 술을 마시지 못하거나 원치 않는 고객들도 소외감 없이 호텔 바의 분위기와 믹솔로지의 미학을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기존의 클래식 칵테일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메뉴들도 눈에 띈다. AC호텔의 상징과도 같은 ‘진앤토닉(Gin & Tonic)’은 이번 리뉴얼을 통해 ‘ACGT’라는 이름의 아시아 태평양 에디션으로 거듭났다. 유럽의 헤리티지(Heritage·문화적 유산)에 뿌리를 둔 진앤토닉에 아시아의 벚꽃 진과 레몬그라스, 생강 토닉을 배합하여 동서양의 조화를 꾀했다.

AC호텔 시설 전경.

AC호텔 시설 전경.

AC호텔 시설 전경.

음료 카테고리는 크게 세 가지로 세분화된다. ▲과일과 꽃, 부드러운 보태니컬(Botanical·식물성 원료) 향을 강조한 ‘하모니아(Harmonia)’ ▲클래식 칵테일을 미니멀하게 재해석한 ‘모던(Modern)’ ▲미식가들을 위한 복합적인 풍미의 ‘디서닝(Discerning)’ 등이다.

호텔을 넘어선 ‘문화 플랫폼’으로… 2026년 본격 전개

AC호텔 시설 전경.

이 모든 경험은 호텔 내 복합 문화 공간인 ‘AC라운지(AC Lounge)’에서 제공된다. AC라운지는 낮에는 비즈니스 미팅이나 개인 업무를 볼 수 있는 공유 오피스 형태의 공간으로, 밤에는 타파스(Tapas·스페인식 소량 전채 요리)와 칵테일을 즐기는 사교의 장으로 변모한다. 메리어트는 이곳에서 한국 관광객을 위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할 계획이다. 단순한 투숙을 넘어 현지의 숨겨진 명소를 탐방하거나, 호텔 내에서 소주 칵테일 제조 클래스를 여는 등 고객 참여형 콘텐츠를 강화한다.

AC 호텔 칵테일과 브런치 식사.

AC 호텔 칵테일과 브런치 식사.

AC 호텔 칵테일과 브런치 식사.

페트르 라바(Petr Raba) 메리어트 인터내셔널 아시아 태평양 식음료 부문 부사장은 “밀리 탕과의 협업은 AC호텔이 추구하는 정교함과 디테일의 미학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번 리뉴얼을 통해 호텔이 단순한 숙박 시설이 아닌, 아시아 각 도시의 풍미와 문화를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기능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멜버른 근교 문리트 생츄어리 동물원. AC호텔 문의 시 자세하게 안내 받을 수 있다.

이번에 공개된 새로운 음료 메뉴와 한국인 특화 서비스, 여행 프로그램은 2026년 초부터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태평양 전역의 AC호텔에서 순차적으로 도입될 예정이다. 메리어트 측은 이번 개편을 시작으로 한국 시장에 대한 투자를 지속해서 늘려나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김상준 기자 k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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