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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과 함께하는 초등돌봄·교육, 지역 사회 연계 다양한 교육 모델 제시

입력 | 2025-12-29 04:30:00

‘2025 온동네 교육기부 박람회’ 성료… 놀이-예술-과학 체험 120개 기관 참여
상명대, 충남 군소 시군 교육 공백 메워
전북형 올봄학교 진화에도 주목
교실이 대학 강의실되는 공유모델 제시



온동네 교육기부 박람회 메인 무대에서 현장 참여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OX 퀴즈 프로그램 행사가 열리고 있다. 교육부 제공


아이 하나를 키우기 위해 온 동네가 나서야 한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가정과 학교를 넘어 지역 사회와 국가가 함께 교육을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체험, 축제, 학습을 비롯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접하는 공간이 되는 마을에서 학생은 학부모, 교사, 주민, 대학생과 함께 성장하며, 모두가 배우는 교육 생태계를 추구하는 교육부 정책이 ‘온동네 초등돌봄·교육’ 이다.

교육부가 전국의 온 동네 교육 생태계를 알리기 위해 ‘2025 온동네 교육 기부 박람회’를 이달 12일부터 사흘간 개최했다. 교육부 주최, 한국과학창의재단 주관으로 경기 수원시 메쎄전시장에서 열린 이번 박람회는 ‘온 동네 친구들아 함께하자’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 체험으로 구현한 ‘온동네 교육 생태계’

온동네 교육기부 박람회에서 학생이 트랜스포머 로봇에 탑승해 보고 있다. 로봇 공학 꿈을 키워준다. 교육부 제공

박람회에서 전국 ‘온동네 마을 교육 생태계’는 교육, 제작과예술, 신체와놀이, 디지털 및 과학을 주제로 한 4개 체험존으로 구성됐다. 교육청과 산하 공공기관, 대학, 기업 등 약 120개 기관이 부스를 열어 학생과 학부모가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교실 미술관 체육관 도서관 같이 동네에서 친숙한 공간도 6곳 마련돼 온라인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됐다.

최은옥 교육부 차관은 12일 박람회 개회사에서 “지역 사회 다양한 주체들이 함께하는 교육 기부의 가치가 확산되길 바란다”며 “학교 밖의 질 높은 교육 자원을 잘 활용할 수 있는 교육 생태계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개막식에서는 돌봄 및 방과 후 학교 우수 사례로 초등 부문 25개 기관, 중등 부문 10개 기관이 선정된 가운데 대구 세천초등학교와 동인초, 순창초, 충청남도서산교육지원청이 초등 부문 대상을 받았다. 중등 부문 대상은 구월여중이 받았다.

● 상명대생들에게 공부하는 동기를 배우다

충남교육청과 함께 참가한 상명대의 부스를 찾은 아이들이 ‘AI·레고 잉글리쉬 어드벤처’를 하고 있다. 상명대 제공

박람회에서는 대학 교육 역량과 공교육이 연결된 교육 기부 성과에 관심이 쏠렸다.

천안캠퍼스를 중심으로 충남에서 교육 기부 활동을 펼치고 있는 상명대는 충청남도교육청과 함께 인공지능(AI)·레고 영어 융합 체험 콘텐츠와 ‘도전! 코딩으로 인형 뽑기’ 같은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체험 부스로 주목받았다. 지역 초등학교 방과 후 교육 프로그램을 활발하게 운영하는 상명대 ‘초중고 미리배움연구소’는 충남교육청 ‘교육 부문 대학 연계 성공 모델’로 2년 연속 선정됐다.

특히 상명대는 대학생 예비 강사를 양성해 교육 현장과 연결시켜 지역 교육 격차를 해소하는 초등돌봄·교육 운영 체계를 통해 지역의 교육 사각지대를 파고들고 있다. 충남 15개 시군 가운데 16개 대학과 전체 초등학생의 60∼65%가 몰려 있는 천안 및 아산을 제외한 금산 청양 홍성 당진 서천 등의 시군에 지원을 집중했다. 이 시군들의 약 90개 초등학교에서 방과 후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지역 내 교육 격차 해소에 앞장섰다.

유재필 초중고 미래배움연구소장(경영공학과 교수)는 “교육 공백이 큰 이 지역 초등학교에는 대학의 교육 기부가 잘 안 됐다”며 “이곳 초등학생들은 대학생을 만나고 같이 교육 프로그램도 하면서 공부를 해야 하는 동기를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상명대생들은 큰 도시에서는 흔한 학원조차 없어 방과 후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는 초등학생들을 보고 더 큰 책임감을 느꼈다. 저녁 8시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학생들을 챙겼다. 상명대생에게서 코딩을 배운 한 초등학생은 실력이 크게 늘어 감사 인사로 AI를 활용해 상명대 교가를 만들기도 했다. 상명대는 이 학생을 캠퍼스에 초청해 총장이 직접 감사장과 부상을 수여했다. 유 소장은 “시골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던 학생들에게 대학생 멘토도 생기고 세상과의 접점을 만들어 줬다고 본다. 교육 기부의 큰 효과다”라고 말했다.

상명대의 초등돌봄·교육 기부는 초등학생 부모와 참여 대학생 모두에게 윈윈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유 교수는 “기초 학습과 정서 안정은 물론 안전하게 맡아 준다는 측면에서 대부분 농사를 짓는 부모님들이 상당히 좋아한다”고 말했다. 또 “교육 기부에 참여한 대학생은 장학금도 받고 초등학생과 소통하는 경험도 얻으면서 취업할 때 이력서에 넣을 수 있는 소중한 경력도 얻는다”고 설명했다.

온동네 초등돌봄·교육이 지방소멸 문제 해결의 한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유 교수는 “인구 감소로 도서나 벽지 학교들의 폐교나 통합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대학 자원을 활용해 이 학교들 운영의 숨통을 트이게 하는 방법도 고민해 볼 시점”이라고 말했다. 교실이 상명대 강의실이 되고 초등학교가 상명대 작은 캠퍼스가 되는 식이다. 대학으로선 자연스럽게 대학을 홍보할 수 있게 된다. 부족한 강사를 대학 밖에서 선발하는 과정에서 관련 인력 시장 활성화도 기대할 수 있다.

● “드론 조종도 배워?” 전북교육청 주도 돌봄교육 모델 주목

전주대가 운영한 드론 축구 체험 프로그램. 전주대 제공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도 전주대, 우석대, 원광보건대와 함께 박람회에서 체험 부스를 열었다.

전주대는 학생들이 직접 드론을 조종해 ‘드론 축구’를 해 볼 수 있는 ‘스카이킥(SKY KICK)’ 부스를 선보였다. 드론 축구 유소년 경기장에서 골도 넣고 수비도 할 수 있어 큰 호응을 얻었다. 원광보건대는 갖가지 AI 놀이를 하며 친구를 만날 수 있는 ‘전북형 늘봇’을 소개했다.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은 각 학교 상황을 반영하는 전북형 모델을 운영하고 있다. 교육 프로그램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한 학교에는 학교 밖 기관을 양성해 지원한다. 또 소규모 학교에는 ‘올(ALL)봄학교’를 운영한다. 초등돌봄·교육에 대한 학교 관련 강사 계약, 프로그램 편성을 비롯한 행정업무를 교육청 산하 교육지원청이 지원하는 모델이다. 현장 업무 부담을 줄이고 운영의 질을 높일 수 있다.

전북 지역 대학의 교육 기부 가운데 특히 드론 교육에 대한 초등학생들 만족도가 높다.

채지은 장학사는 “지역 대학 드론 관련 학과에서 프로그램을 맡아 전문성과 교육 수준이 높아 초등 1, 2학년 수준에 맞출 수 있을까 우려가 있었지만 시작해 보니 학생과 부모님 호응이 매우 좋아 수요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했다. 전북형 모델은 2025년 시도 교육청 우수 사례로 꼽혔다.

또 학부모 98%, 학생 97.6%가 만족해 전국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김미현 장학사는 “경기도에서 전북 농촌으로 이사 온 한 학부모는 경기도에서는 받지 못한 돌봄 프로그램을 여기에서 다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며 “교육에 대한 갈증을 충분히 풀어낼 수 있어 만족도가 커졌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은 내년부터 새롭게 생길 아파트 단지에 학교가 들어서게 되면 기존 학교 밖 거점 센터를 온동네 돌봄 교육센터로 확대해 운영할 계획이다.

● ‘교육 파트너’ KB금융공익재단

기업도 후원자가 아니라 교육 파트너로 기여하고 있다. KB금융그룹의 KB금융공익재단은 자체 전문 강사단의 ‘KB스타 경제 교실’을 비롯해 다양한 교육 사업을 펼치고 있다. 경제 교실은 KB폴라리스 대학생 경제금융 교육 봉사단이 매년 전국 150개 초등학교를 찾아 금융과 경제를 가르치는 것이다.

이 밖에도 JA코리아는 기업가 정신을 체험하도록 하는 ‘작은별 기업가’ 프로그램을, 에코나우는 생활 속 자원 순환을 배우는 ‘나는야, 순환경제 탐험가’ 같은 체험형 교육을 초등학교에 제공한다.

KB금융공익재단 이항 사무국장은 “2023년 여름방학 파일럿 프로그램을 시작으로 초등학교 방과 후 교육에 참여했다”며 “교육에 참여하는 학교도 2023년 12개 학교에서 지난해 157개 학교로 늘었고 인원도 1514명에서 약 2만 명으로 증가했다”고 말했다KB금융그룹은 2023년 교육부와 협약을 맺고 거점형 돌봄센터 구축 사업에 500억 원을 지원했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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