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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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이 고객 개인정보를 유출한 전직 직원을 찾아내 행위 일체를 자백받고, 범행에 쓰인 모든 장치를 회수했다는 ‘셀프 조사’ 결과를 25일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3370만 개의 고객 정보에 접근했지만 저장한 것은 약 3000개뿐이고, 제3자에게 유출된 정보는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유출자가 파손해 중국 하천에 버린 노트북을 쿠팡 측이 잠수부를 동원해 찾아냈다고도 했다. 전직 직원의 개인 일탈이자 피해 규모가 적은 해프닝으로 몰아 법적 책임을 줄여 보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
휴일인 성탄절 오후에 이뤄진 기습 발표는 쿠팡이 우리 법체계를 얼마나 우습게 여기고 있는지를 보여줬다. 25일 오후 4시 대통령실이 주재한 쿠팡 관련 관계부처 장관급 회의가 열리기 20분 전에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물타기 식으로 발표했다. 민관합동조사단의 발표가 나오기 전에 조사 대상 기업이 자체 조사 결과를 내놓은 것은 전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이에 대해 쿠팡 측은 26일 “정부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공조 조사였다”고 해명했다. 국가정보원도 “관련 정보 수집·분석을 위해 업무협의를 진행한 바 있다”고 했다.
하지만 당국과 사전 상의 없이 조사 결과를 발표한 것은 여전히 문제로 지적된다. 발표 내용 자체도 쿠팡의 일방적 주장일 뿐이어서 신뢰하기 어렵다. 정부 범부처 TF는 26일 “정부 공식 발표가 아닌 내용을 쿠팡이 자체 발표해 혼란을 끼친 것은 유감”이라고 했다. 앞으로 쿠팡이 피의자와 접촉해 진술서까지 받은 경위, 핵심 증거물인 노트북을 회수해 자체 포렌식을 거친 뒤에야 경찰에 제출한 이유 등도 규명해야 한다. 피의자와 입을 맞추고 증거를 은폐, 훼손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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