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북부 만다이에 올해 1월 개장한 자연 산책로 ‘만다이 보드워크’. 야생동물의 이동 경로를 방해하지 않게 설계됐다.
● 싱가포르의 ‘자연 속 도시’
만다이에 올해 들어선 ‘만다이 레인포레스트 리조트 바이 반얀트리’. 반얀그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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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만다이에 개장한 ‘버드 파라다이스’.
만다이 나이트 사파리.
● 문턱을 낮춘 ‘포용적 럭셔리’
초록색 덩굴 식물이 빗물 형태로 건물을 덮은 리조트 숙박동.
이 리조트는 지난달 그랜드 오프닝을 하면서 각국 기자들을 초청해 ‘창립자와의 대화 세션’과 ‘도시와 자연’ 패널 대담을 열었다. 싱가포르 출신의 반얀그룹 공동 창립자들은 왜 이제야 싱가포르에 처음으로 호텔을 열었을까. 1994년 반얀그룹을 공동 창립한 호권핑 회장과 아내 클레어 창 수석 부사장은 말했다. “마리나베이나 오차드로드처럼 그저 좋은 위치가 아니라, ‘진정한 상징적 장소’를 오래 기다렸기 때문입니다. 만다이는 여행객들이 도심 한가운데에서 야생을 접하며 환경과 공동체를 더 나은 상태로 회복시킬 수 있는 장소입니다. 여행 수익이 멸종위기종 복원과 사회공원으로 환원되는 재생적 관광(regenerative tourism)이지요.”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숲 훼손을 우려하는 환경단체 목소리에 정부와 기업은 재생과 공존이라는 정교한 설계로 답해야 했다. 호 회장은 ‘포용’을 강조했다. “본래 반얀트리 스타일이라면 1박에 약 1000달러인 트리하우스만 지었겠지만, 1박에 약 300달러인 숙박동 객실도 함께 지었습니다. 동남아시아 기준으로는 저렴하지 않지만, 싱가포르에서는 특별히 비싼 가격이 아닙니다. 세상에는 에르메스처럼 희소성을 내세우는 브랜드도 있지만 조금 비싸도 많은 이가 찾는 애플 같은 포용적 브랜드도 있죠.” 하룻밤 300달러는 여전히 재력을 갖춘 이들을 위한 포용이지만, 럭셔리의 배타성을 걷어내고 대중과의 접점을 넓힌 건 사실이다. 숙박객이 아니어도 누구나 찾아와 주변 자연과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다. 조경은 이런 포용을 가능하게 했다. 조경가를 프로젝트 초기부터 참여시켜 서식처를 복원하고, 기후 위기 회복력을 높이는 공공 기술로 조경을 활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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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동물원에 들어서면 두 번 놀란다. 첫째, 철창이 있는 한국 동물원과 달리 도랑못을 비롯한 지형을 이용해 동물을 감금하지 않는다. 둘째, 사람이 있든 말든 개의치 않는 동물의 태도다. 손만 뻗으면 닿는 거리인데도 사람에게 다가오지 않는다. 하긴 시내 금융가 한복판을 야생 닭이 활보해도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 게 싱가포르의 일상이다. 청 웬 하우 만다이 와일드라이프 그룹 부대표(최고생명과학책임자)는 “사람들이 동물에게 해를 가하지 않고 함부로 먹이를 주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싱가포르에서 인간과 동물의 공존은 동물의 야생성을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동물의 행동을 철저히 계산한 결과이기도 하다.
싱가포르 동물원 내 야생동물 헬스케어 연구센터에서 의료진들이 부상당한 동물들을 돌보고 있다.
최근 개봉한 디즈니 애니메이션 ‘주토피아 2’를 빗대 트레일을 안내하는 싱가포르 동물원 푯말.
깜깜한 밤 만다이 리조트 연못에서 들었던 개구리들의 우렁찬 합창 소리, 버드 파라다이스에서 나무에 주렁주렁 열린 수많은 새집이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만다이는 인간이 자연의 주인이라는 오만을 버리고, 우리가 파괴한 생태계에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 묵직하게 질문한다. 우리는 정원박람회나 일회성 축제에 정성을 들이는 만큼 생태 인프라에 투자하고 있는가. ‘보기 좋은 초록’을 늘리는 데 급급해 인간 개입이 낳을 부작용에는 눈 감고 있지는 않은가. 만다이는 ‘더 많이 만드는 자연’이 아니라 ‘우리가 끝까지 책임져야 할 자연’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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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싱가포르=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