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국민 연설] 레임덕 위기속 대국민 연설 자처 “관세 덕에 번 돈 여러분께 갈것”… ‘軍배당금’ 발표하며 민심 돌리기 “전례없는 경제붐 맞이할 준비 돼”… 일자리-휘발유값 실적 수치 부풀려 “허위 가득… 기존 연설 재탕” 지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 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18분간 대국민 생중계 연설을 갖고 “11개월간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성과를 거뒀다”고 자찬했다. 그러나 같은 날 PBS방송·메리스트대·공영NPR 방송에 따르면 고물가, 생활비 상승 등으로 그의 경제 정책에 대한 지지율이 집권 1, 2기 통틀어 가장 낮은 36%에 그쳤다. 워싱턴=AP 뉴시스
하지만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WP), AP통신 등은 이날 연설의 대부분이 기존 연설의 재탕이며 고물가 등 경제난의 책임을 조 바이든 전 행정부에 돌리려 한다고 비판했다. 지지율 하락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내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고물가 등 민생 현안이 부각되자 초조한 마음에 대국민 연설에 나섰다는 진단도 나온다.
같은 날 PBS방송, 메리스트대 등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그가 ‘대통령직을 잘 수행한다’는 답은 38%에 불과했다. 특히 경제 정책에 대한 지지율은 집권 1, 2기 통틀어 가장 낮은 36%에 그쳤다. 미국인이 가장 우려하는 경제 의제로는 ‘물가’(45%), ‘집값’(18%) 등이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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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문제는 바이든 탓”… 허위 통계 인용했단 비판 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9시(미 동부시간 기준) 워싱턴 백악관에서 약 18분 21초의 연설을 갖고 자신의 재집권 후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성과를 거뒀다”고 자찬했다. 그는 연설을 시작하자마자 바이든 행정부를 공격하며 “11개월 전 엉망진창인 국가를 물려받아 지금 그것을 고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고물가, 불법 이민, 무역 적자 등 많은 문제가 모두 야당 민주당의 집권 때 생겼다고 했다.
특히 그는 다양한 수치를 들어 자신의 경제 정책이 옳다고 역설했다. 추수감사절 칠면조, 계란, 약, 휘발유 등의 가격이 모두 떨어졌고 민간 일자리가 크게 늘었다며 “이는 상당 부분 관세 및 외국 국가들과 직접 협상한 덕분”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가 이날 사용한 수치는 잘못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NYT는 일자리가 늘었다는 트럼프 대통령 주장과 달리 미국의 올 11월 실업률은 4.6%를 기록해 2021년 9월 이후 최고치라고 지적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재집권 후 18조 달러(약 2경7000조 원)의 투자를 확보했다고 주장했지만, 이는 백악관이 집계해 발표한 9조8000억 달러(약 1경4700조 원)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다. 트럼프 대통령이 “약값을 최대 600%까지 인하했다”고 밝힌 것에 대해선 100%만 인하해도 약값이 ‘0달러’라는 의미라고 꼬집었다.
AP통신도 대통령은 미 전역의 휘발유 평균 가격이 갤런당 2.50달러(약 3750원)라고 주장했지만 실제는 2.90달러(약 4350원)라고 짚었다. WP는 “이번 연설은 허위 사실로 가득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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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집값 상승에 대해선 바이든 행정부가 수백만 명의 이주민을 데려와 납세자의 돈으로 주택을 제공하는 바람에 미국인의 월세와 주택 비용이 급등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새해에 여러분은 미국 역사상 가장 공격적인 주택 개혁 계획을 보게 될 것”이라며 불법 이민자 대응을 집값과 연계해 대응할 뜻을 밝혔다.
● 공화당 내 장악력 예전보다 약해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 급락으로 집권 공화당 내에서도 그의 장악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마이크 롤러(뉴욕주), 브라이언 피츠패트릭, 롭 브레즈너핸, 라이언 매켄지(이상 펜실베이니아주) 등 공화당 하원의원 4명은 트럼프 대통령이 반대한 공공 건강보험 ‘오바마케어’의 보조금 지급 연장 투표와 관련해 “이를 계속하자”는 민주당 쪽 청원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해당 법안의 투표 강행에 필요한 최소 인원이며 하원 과반인 218명을 확보하게 됐다. NYT 등은 이 4명의 행보를 두고 대통령에 대한 “놀라운 반란”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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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임현석 기자 l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