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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주의 하늘속談]비행기 구름이 기후변화에 영향을 미친다고?

입력 | 2025-12-16 23:00:00

‘2024 파리올림픽’ 당시 현지 항공 교통량이 크게 늘어나면서 파리 하늘에 남겨진 비행운. 동아일보DB


이원주 산업1부 기자

수송 분야에서 항공업계는 탄소 배출 저감 목표를 가장 못 지키는 업종으로 꼽힌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4년까지 자동차 등 수송 분야 전체 탄소 배출 점유율이 16.2%에서 15.0%로 줄어들었는데도 항공 업종은 점유율이 1.9%에서 2.5%로 오히려 증가했다.

탄소 배출 저감을 위해 항공업계가 가장 주목하는 방안은 친환경 연료로 만든 항공유인 ‘지속가능 항공유(SAF)’다. SAF는 특정 원료로 만들 경우 비행기 운항 시 탄소 배출을 그만큼 덜 한 것으로 인정해준다. 가령 폐식용유로 만든 SAF를 사용하면 비행기를 운항할 때 실제 배출량보다 84%를 덜 배출한 것으로 인정해준다. 마찬가지로 옥수수기름으로 만든 SAF는 81%, 콩기름이 원료인 SAF는 27%가 감축량으로 인정된다.

또 SAF를 사용할 경우 의외의 기후변화 방지 효과도 있다. 바로 ‘비행운(飛行雲)’이 지구온난화 가능성을 낮춰준다는 것이다. 비행운이 뭐길래 지구온난화에 영향을 미칠까. 비행운은 비행기가 날아갈 때 엔진 뒤에서 생성되는 구름이다. 이 비행운이 지구온난화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은 2000년대 초반부터 연구 결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원리는 이렇다. 비행기 엔진에서 뿜어져 나오는 수백 도 정도의 고온 배기가스에는 황이나 다른 화합물의 미세입자가 다수 섞여 있다. 이 미세 입자에 수분이 달라붙으면서 비행운이 만들어진다. 엔진 후류(後流)는 시간이 지나면 빙글빙글 도는 형태의 난류(vortex)를 만드는데, 이때 회전하는 공기가 미립자에 물방울을 계속해서 달라붙게 만든다. 그리고 차가운 기온 탓에 이 물방울은 그대로 얼음이 된다. 그 얼음이 눈에 보일 정도로 형성된 결과물이 비행운이다.

이 같은 형성 원리는 자연적으로 만들어지는 얇고 하얀 구름인 ‘권운(卷雲)’과 유사하다. 다만 구름을 구성하는 얼음의 크기와 만들어지는 고도가 다르다. 자연적으로 만들어지는 권운은 통상 5km 안팎 상공에서 매우 작은 얼음 알갱이가 모여 형성된다. 반면 비행운은 통상 10km 이상의 고도에서 생기고 얼음 입자도 권운보다 훨씬 크다. 그래서 권운과 비행운은 모두 태양에너지를 지표면까지 그대로 투과시키지만, 지면에서 반사된 열이 권운은 통과해도 입자가 큰 비행운을 통과하지 못하고 갇히게 된다. 비행운의 이 같은 지구온난화 유발 효과를 감안하면 항공기들이 내뿜는 온실가스 비중이 2.5% 수준이 아니라 4%까지 올라간다는 분석도 있다.

그런데 SAF는 석유가 아닌 바이오 원료를 썼기 때문에 그만큼 화합물 미세 입자도 적다. 따라서 SAF를 쓴 비행기 뒤에서 나오는 비행운은 큰 얼음덩어리를 만들기 어려워지기 때문에 지구온난화를 유발하는 정도도 그만큼 적다는 결론이 나온 것이다. 물론 그 차이가 얼마나 클까 하는 의문도 든다. 하지만 ICAO는 항공 산업이 활성화된 유럽이나 미주 등에서는 SAF를 썼을 경우 일반 석유를 썼을 때보다 유의미한 개선 효과가 있다는 내용의 환경 보고서를 펴낸 바 있다.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하는 게 낫다.

이원주 산업1부 기자 takeof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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