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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교 前간부끼리 공방…“이재명캠프서 연락” “연결 안됐다”

입력 | 2025-12-16 17:20:00

2022년 ‘한반도 평화서밋’ 행사 관련
윤영호 “李캠프가 펜스 면담 요청해와”
이현영 前부회장 “윤영호의 물귀신 작전”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 한학자 총재 재판에서 2022년 대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캠프 두 분을 브릿지(연결) 해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윤 전 본부장은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 캠프로부터 마이크 펜스 전 미국 부통령과의 면담을 요청하는 연락이 왔다고도 주장했다. 반면 이날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통일교 이현영 전 부회장은 “민주당과는 연결 자체가 안됐다”고 주장하며 맞섰다. 한 총재 면전에서 통일교 전직 간부들끼리 진실 공방을 벌인 셈이다.

● 통일교 전 부회장 “‘참어머님’ 내세운 건 물귀신”

10일 경기 가평군 설악면에 위치한 통일교 천정궁. 2025.12.10.뉴스1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우인성)는 16일 정치자금법 및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통일교 한 총재와 윤 전 본부장 등에 대한 3차 공판을 열고 이 전 부회장을 증인으로 불렀다. 이 전 부회장은 2022년 2월 통일교가 기획 중이던 ‘한반도 평화서밋’ 행사 전후로 윤 전 본부장과 여야 정치권 접촉 상황에 대해 여러 차례 통화한 인물이다. 이 내용이 법정에서 재생되면서 김건희 특검(특별검사 민중기)의 ‘봐주기 수사’ 의혹이 불거지며 파장이 커졌다.

이 전 부회장은 이날 특검 측으로부터 접촉 당시 정황에 대해 집중적으로 질문 받았다. 특검 측은 ‘민주당과 접촉했었느냐’는 취지로 물었고 이 전 부회장은 “분명하게 민주당은 거절이 아니라 연결 자체도 제대로 안 됐다”며 “(민주당 측의) 이메일 주소를 인터넷으로 알고 접촉해 거절당한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그는 “여당이든 야당이든 통일교가 돈을 댄다면 응하겠나. 너무 과장이다”라고 주장했다. 특검 측이 ‘민주당과 국민의힘 양당에 보험을 들기 위해 평화서밋에서 제안한 사실이 있느냐’고 묻자 이 전 부회장은 “보험을 들거나 정치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특검 측이 ‘윤영호가 어머님(한학자)이 L(이재명)이든 Y(윤석열)든 다 결정하고 어머님 결정이면 움직입니다. 양쪽 다 해보니 양쪽 다 리스크있다고 했다. 다행인지 Y로 하면 좋겠다는 말을 한 걸 들어본 적이 있냐’고 묻자 이 씨는 “들어봤다”면서도 “윤영호의 ‘물귀신 작전’이라고 본다. 자기 소신으로 설득해야지, 참어머님 위한 것이라고 명분을 얻으려는건 잘못”이라고 말했다.

이날 이 전 부회장의 증언은 2022년 1, 2월 윤 전 본부장과 통화한 내용을 전반적으로 부인하는 취지의 내용이었다. 통일교의 정치권 접촉 의혹에 대해서도 “윤 전 본부장이 엄청난 압박을 해서 무언가 만들어내려 했다”며 개인 일탈이라고 주장했다.

● 윤영호 “윤석열 이재명 둘 다 연락 와…개그콘서트 같다”

반면 윤 전 본부장은 “이 전 부회장이 ‘물귀신 작전’이라고 하는데 저는 ‘개그콘서트’ 같다”며 “본인 기억에 왜곡 조작이 있는 것 같다”고 받아쳤다. 평화서밋 행사 관련 상황에 대해선 이 전 부회장과 정반대의 주장을 내놨다. 윤 전 본부장은 “2022년 2월 8일 이재명 캠프에서 본인(이재명 당시 후보)이 참석하겠다고 연락이 왔다”며 “얼마 전에 기억났는데 윤석열 후보 쪽 연락 왔고, 이재명 후보 쪽 모두 연락왔다”고 말했다. 이어 “이 전 부회장이 그 얘기를 저한테 하면서, 이재명 후보가 와서 앉아있다가 스피치하고 나갈 때 펜스 전 부통령과 만나면 좋겠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윤 전 본부장은 “양쪽 의견이 달라서 조율할 때 곤란했다”라며 “저희 기억엔 이재명 후보는 못 와서 나중에 하겠다고 했지만, 최근에 이슈된 민주당 캠프의 두 분을 브릿지를 해줬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윤 전 본부장과 이 전 부회장 사이의 통화 녹취록에서 드러난 민주당 인사들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된다. 여야 양측과 연락을 주고받은 것이라 특정 정당과의 유착이 아니라는 취지다. 윤 전 본부장은 “나에게 불리한 것을 통화 녹음하겠느냐”고 주장했다.
이날 재판부는 한 총재에 대해 추가 심리를 진행한 뒤 보석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손준영 기자 hand@donga.com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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