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79세 아들이 병간호에 지쳐 100세 노모를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초고령사회 속 가족 돌봄 부담 문제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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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79세 아들이 장기간 병간호 끝에 100세 노모를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현지에서는 범죄 비난보다 안타까움과 공감의 목소리가 더 크게 나오고 있다. 살인이라는 중범죄에도 불구하고 일본 사회 일각에서는 “극단적 선택에 내몰린 돌봄의 비극”이라는 해석이 확산되며, 초고령 사회가 마주한 구조적 한계를 드러내는 사건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최근 홍콩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외신에 따르면 일본 남성 와타베 마사토(79)는 자택에서 100세 어머니의 입을 손으로 막아 질식사시켰다. 그는 범행 약 한 시간 뒤 스스로 119에 신고했으며, 범행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
와타베는 경찰 조사에서 “어머니를 돌보느라 지쳐 죽였다”며 “나 자신도 몸이 좋지 않은데, 더 이상 어머니를 돌볼 수 없게 될 상황이 두려웠다”고 진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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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보는 사람도 노인”…일본 고령사회가 마주한 현실
초고령사회로 접어든 일본에서 가족이 직접 감당하는 돌봄 부담이 커지고 있다. 공적 돌봄 제도의 한계가 사회적 과제로 지적된다. 게티이미지뱅크
이 같은 반응은 급속한 고령화 속에서 가족 돌봄 부담이 한계에 이른 일본 사회의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 중인 국가로, 2040년에는 전체 인구의 약 35%가 65세 이상 고령자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노부모를 돌보는 자녀 역시 고령자가 되는 ‘노노(老老) 간병’이 더 이상 예외적 사례가 아니라는 것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간한 『국제사회보장리뷰』 2025년 가을호에 따르면 일본의 개호보험은 노인의 요양 서비스 이용을 지원하는 공적 장기요양보험이지만, 가족이 직접 돌보는 경우에 대한 보상은 제한적이라는 한계를 안고 있다. 특히 걷기·식사·목욕 등 신체 기능 지원에 초점이 맞춰진 제도 구조로 인해, 정서적 돌봄이나 24시간 간병이 필요한 상황에서 가족의 부담을 충분히 덜어주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은 공적 개호보험을 중심으로 의료·연금·지자체 복지, 민간 돌봄 서비스가 병행되는 구조를 갖추고 있지만, 가족이 직접 떠안는 돌봄 부담을 실질적으로 덜어주는 장치는 여전히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잇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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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수영 기자 ghkdtndud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