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배우 이순재가 향년 91세로 별세했다. 생전 마지막 수상 소감이 재조명되며 연기 인생 70년의 여정과 후배·제자들에게 남긴 진심 어린 메시지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사진=2024 KBS 연기대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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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배우 이순재가 별세했다. 향년 91세. 한국 연기사의 한 축을 세워 온 한 세대의 거목이 세상을 떠나며, 생전 마지막으로 남긴 수상 소감이 다시 조용한 울림을 전하고 있다.
이순재는 지난 10월 건강 문제로 활동을 잠정 중단하기 직전까지도 무대와 브라운관을 오가며 연기 혼을 불태웠다.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와 KBS 2TV 드라마 ‘개소리’에서 그는 자신의 나이를 잊은 듯한 열정으로 마지막까지 현장을 지켰다. 지난해에는 KBS 연기대상에서 데뷔 70년 만에 첫 대상을 수상하며 최고령 수상자로 기록됐다.
● “신세 많이 지고 도움 많이 받았다”…마지막 무대 위 남긴 인사
사진제공=뉴스1 / KBS
대상 수상 당시 그는 후배 김용건·최수종의 부축을 받으며 천천히 무대에 올랐다. “오래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있다”는 첫마디는 담담했지만, 그의 연기 인생이 지나온 시간을 그대로 품고 있었다. KBS 첫 출연작 ‘나도 인간이 되련다’를 떠올리며 그는 “언젠가는 기회가 오겠지 준비했다”며 배우라는 직업을 포기하지 않았던 시절을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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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재는 공도 나눴다. 그는 “이 상은 개인의 상이 아니다”며 “‘개소리’에는 우리 소피를 비롯해 수많은 개가 나온다. 그들도 다 한몫했다. 제가 거제를 4시간 반이 걸리는데 20회 이상 왔다 갔다 하며 찍었다. 다 마찬가지다”고 전했다.
13년간 강의해온 제자들에 대한 마음도 깊었다. “촬영하느라 도저히 시간이 안 맞아서 학생들한테 ‘정말 미안하다. 교수자격 없다’고 했는데 ‘걱정하지 마라, 드라마 잘하시라’고 해서 눈물이 나왔다. 그 학생들 믿고 나름대로 최선 다해서 오늘의 결과가 온 거로 알겠다. 감사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마지막 인사도 담담했다. “집안에서 보고 계신 시청자 여러분, 평생 동안 신세 많이 지고 도움 많이 받았다. 감사하다.”
그의 말은 한 시대를 지켜낸 장인이 남긴 마지막 문장으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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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현 기자 tmdg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