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 최신 미세기법으로 재감정 ‘신정동 살인’ 해결로 기대감 커져 ‘개구리 소년’ 사건도 다시 분석 유족들 “행적이라도 밝혀졌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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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미제였던 서울 양천구 ‘신정동 연쇄살인 사건’의 범인이 20년 만에 과학 수사로 밝혀지면서 전 국민적인 관심을 모았던 다른 미제 사건들 역시 새로운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20년 이상 미제 사건이 50만 건에 육박하는 가운데 경찰은 ‘개구리 소년 실종·사망 사건’의 유골과 ‘이형호 군(당시 9세) 살해 사건’의 유괴범 목소리를 새로 분석하는 등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 AI로 ‘그놈 목소리’ 분석… 오랜 증거, 다시 말한다
이처럼 기술의 발전이 새로운 실마리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되는 사건 중 하나가 1991년 대구 달서구 와룡산에서 발생한 개구리 소년 실종·사망 사건이다. 초등학생 5명이 “도롱뇽(후에 개구리로 와전)을 잡으러 간다”며 집을 나섰다가 11년 만인 2002년 숨진 채 발견된 사건으로, 당시 경찰이 시신이 발견된 현장을 곡괭이로 파헤치는 등 부실한 초동수사로 결정적 증거 상당수가 훼손되며 수사가 장기간 표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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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놈 목소리’(2007년)의 모티프가 된 이형호 군 살해 사건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목소리 분석 기술에서 활로를 찾고 있다. 1991년 이 군을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서 유괴해 살해한 범인은 이 군의 가족에게 60여 차례 협박 전화를 걸어 몸값을 요구했는데, 경찰은 목소리의 주파를 줄무늬 그래프로 변환한 성문(聲紋)을 통해 범인을 수색해 왔다. 이를 통해 특정 인물을 용의자로 지목했지만 그는 증거불충분으로 풀려났다. 경찰은 최근 AI 기술이 급격히 발달한 만큼 재수사를 통한 사건 해결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 20년 이상 미제만 49만 건
실종자 가족은 새로운 포렌식 기법이 나올 때마다 경찰과 함께 PC를 분석하고 있다. 이 씨의 가족 박모 씨는 24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과학 기술이 발달했으니 (사건 단서인) 컴퓨터를 좀 더 복구할 수 있지 않겠느냐. 새로운 내용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20년 이상 미해결 상태인 사건은 49만5018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종이에 기록돼 각 경찰서에 흩어져 있던 주요 미제 사건을 시점 구분 없이 2003년 이후 전산화한 것이다. 15년 이상 미제는 122만 건, 10년 이상 미제는 117만 건이다. 미제 사건 중 약 37%는 살인이나 납치 등 형사 사건이다. 성범죄가 포함된 여성 청소년 분야 미제 사건도 6만7791건에 달한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는 “과학이 발달하는 만큼 수사 기법도 크게 향상되고 있다”며 “감춰졌던 범인을 새롭게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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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