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까지 평화협정 서명 요구 EU도 “러에 너무 유리하다” 지적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왼쪽)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0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댄 드리스콜 미국 육군장관과 회담 전 악수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이 제시한 평화안을 토대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2025.11.21 [키이우=AP/뉴시스]
FT에 따르면 미국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당장 다음주 추수감사절(11월 27일) 이전에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평화협정 초안에 서명하고 12월 초 모든 과정을 마무리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캐롤라인 레빗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 특사,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등이 지난 한 달 동안 평화계획 초안을 마련했고, 젤렌스키 대통령이 미국 측 대표단을 만난 사실을 공개하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에 좋은 계획이며, 양측 모두가 수용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이를 성사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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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전 초안엔 우크라이나가 현재 통제하고 있는 돈바스 지역 전부를 러시아에 내주는 내용이 포함됐다. 러시아가 휴전 조건으로 종래 고수하던 내용이 반영된 것. 우크라이나와 유럽연합(EU)은 돈바스 내 현재의 전선을 기준으로 휴전 협상이 시작돼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우크라이나가 자국 군대의 규모를 절반으로 줄이고, 핵심 무기를 포기하는 내용도 들어갔다. 미국의 군사 지원을 줄이고, 우크라이나 영토에 외국군의 진입을 금해야 한다는 항목도 담겼다. 전후 우크라이나 안전보장을 위해 서방 진영의 연합군을 배치하자는 유럽의 제안과 배치되는 내용이다.
민족 감정을 건드리는 민감한 내용도 들어 있다. 러시아어를 우크라이나의 공식 언어로 인정하고, 러시아 정교회의 우크라이나 지부에 공식 지위를 부여하는 방안이다. 중장기적으로 우크라이나를 자국의 영향권에 묶어 두려는 러시아의 오랜 목표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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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러시아가 주요 8개국(G8)에 재가입하고, 각종 제재 해제를 통해 전 세계와 다시 경제 교류를 하게 된다. 다만 러시아는 향후 우크라이나를 공격하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동결된 러시아 자산 1000억 달러(약 145조 원)를 우크라이나 재건에 투입해야 한다.
이에 대해 카야 칼라스 유럽연합(EU) 외교정책 대표는 “어떤 계획이든 작동하려면 우크라이나와 유럽이 참여해야 한다. 초안이 모스크바에 너무 유리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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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이날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미국 측으로부터 공식적으로 계획안 초안을 접수했다. 이는 외교적 노력을 재개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우크라이나와 미국은 전쟁을 품위 있게 종결할 수 있도록 계획안의 각 조항을 함께 검토해나가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이날 텔레그램 성명에서 “미국과 평화달성 방안, 대화 형식, 외교적 추진력 강화 방안 등을 논의했다. 우크라이나와 미국 양측은 전쟁 종식을 위한 계획의 세부 사항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21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자포리자에서 러시아의 공습으로 파괴된 시장 주변에 폭발 구덩이가 만들어져 있다. 2025.11.22 [자포리자=AP/뉴시스]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군복을 입고 러시아군 서부군의 지휘소 중 한 곳을 직접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푸틴 대통령은 “우리 자체의 과제와 목표들이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특별군사작전의 목표를 무조건 달성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수뇌부의 부패 스캔들을 거론하며 “그들은 더는 정치적 지도부가 아니라 러시아와 전쟁을 계속 해야 한다는 핑계로 권력을 찬탈하고 권력을 유지해온 조직화된 범죄 집단”이라고 말했다.
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