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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車산업 미래, 전략적 사고-실리적 협력에 달렸다[기고/이호근]

입력 | 2025-11-21 03:00:00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


한국 자동차산업은 전동화 및 자율주행과 같은 기술의 변화, 통상 환경의 변화, 공급망 재편 등 복합적인 요인들로 인해 구조 전환의 정점에 서 있다.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에 한국 시장은 숙련 인력과 첨단 제조 역량, 높은 소비자 기준, 핵심 산업 클러스터를 갖춘 전략적 시장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부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사업 조정을 발표하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국내 완성차 기업들은 직영 서비스센터 중심 체계를 효율화하고, 협력 정비업체 중심의 분산형 네트워크로 전환하는 등 운영 방식을 조정하고 있다. 한국GM의 경우 매일 처리되는 정비 건수를 기준으로 9곳의 직영 서비스센터보다 380개 이상의 협력 서비스센터가 훨씬 더 많은 정비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한국GM이 특정 서비스지수 평가에서 좋은 성적을 기록한 것도 협력 정비망의 역할이 컸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이번 결정은 적자를 내는 직영 서비스센터의 운영을 종료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협력업체들의 운영을 지원하는 동시에 직영 서비스센터 예약 집중으로 인한 서비스 지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로 볼 수 있다.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그동안 한국 시장의 특성을 고려해 직영 서비스를 제공해 왔지만 새로운 환경 속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해 왔다. 이번 결정은 자원을 미래 기술 투자나 신모델 도입에 집중하려는 전략적 선택으로 해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른 글로벌 기업들 역시 선택과 집중을 통한 효율화를 일반적인 경영 방식으로 삼고 있다. 일례로 유럽 화학기업 에보닉은 생산 효율이 낮은 공장을 매각하는 대신 한국의 고부가가치 연구개발(R&D) 센터와 첨단 소재 생산 라인에 대한 투자를 크게 확대한 바 있다. 이처럼 ‘수익성이 낮은 자산의 조정’과 ‘미래 기술 및 고효율 거점에 대한 투자 증대’는 항상 병행되는 전략임을 이해해야 한다.

기업들은 각자의 상황에 맞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GM은 생산과 고용을 모두 유지하는 방향성 아래 사업을 이어 가고 있고, 국내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새로운 전략 모델을 한국 시장에 선보인 바 있다. 또한 첨단 기술이자 핸즈프리 운전자 보조 시스템인 ‘슈퍼크루즈’를 올해 국내에 도입하겠다고도 발표했고, 올해 임금 협상에서 2028년 이후 한국에서의 생산 계획을 시사하기도 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산업 구조와 글로벌 경영 전략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냉정한 판단이다. 한국GM의 사업 조정 움직임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모든 이해관계자가 미래지향적인 결정을 내려야 한다. 글로벌 기업의 전략적 조정을 이해하는 것은 그들이 한국 시장에 대한 장기적인 투자와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도록 유도하는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 한국 자동차 산업의 미래는 전략적 사고와 실리적 협력에 달려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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