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박 6일 간의 동남아 순방에 나선 윤석열 대통령이 22년 11월 11일 서울공항에 도착해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의 배웅을 받고 있다. 2022.11.11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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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대통령이 취임한 지 반년밖에 안 된 2022년 11월 자신에게 비상대권이 있다며 “총살을 당하는 한이 있어도 싹 쓸어버리겠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특검 공소장에 적시됐다. 계엄 선포를 뜻하는 비상대권을 여당이었던 국민의힘 지도부와의 만찬에서 공공연히 운운했다니 더 충격적이다. 윤 전 대통령이 이후에도 12·3 비상계엄 한 달 전까지 군 장성들에게 수차례 비상대권을 거론했다는 내용도 공소장에 포함됐다.
문제의 만찬엔 훗날 윤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실장이 된 정진석 당시 비상대책위원장, 주호영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가 모두 참석했다. 김대기 당시 비서실장 등 대통령실 핵심 참모들도 같이 있었다. 상식을 가진 집권당 지도부, 대통령실 참모라면 대통령이 그런 황당한 생각으로 국정을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지 걱정부터 하는 것이 마땅하다. 직접 들었든 전해 들었든 그 발언의 불법성과 위험성을 지적하며 끈질기게 대통령을 설득했어야 했다. 하지만 당 지도부와 용산 참모들은 정반대였다. 오히려 대통령 눈치를 살피며 독선적 국정 운영의 충실한 수족 노릇을 했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대권 주장은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지난해 7월엔 당시 경호처장이었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강호필 당시 합참 차장 앞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빨갱이’라 부르고 야당을 비난하는 것도 모자라 계엄을 떠올릴 법한 ‘군이 참여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는 내용도 공소장에 적시됐다. 강 전 차장은 신원식 당시 국방부 장관에게 “대통령이 군을 정치에 끌어들이려 하고 김용현이 위험한 발언을 하며 동조를 강요하니 나는 전역하고 싶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신 전 장관은 김 전 장관에게 항의하는 수준에 그쳤을 뿐이다. 이후 대통령과 수시로 소통하는 국가안보실장으로 자리를 옮기고서도 대통령을 막아서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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