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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수일가, 198개 회사서 미등기 임원…상장사의 30% 달해

입력 | 2025-11-19 14:42:00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전경 2024.11.12 뉴스1


총수가 있는 대기업 상장사 10곳 중 3곳은 총수 일가가 법적 책임이 상대적으로 적으면서 경영에 영향을 미치는 미등기임원으로 재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외이사가 적고 총수 일가가 많은 이사회일수록 안건이 100% 원안 가결되는 등 사외이사는 여전히 ‘거수기’ 역할에 그쳤다.

19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의 ‘2025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배구조 현황 분석’을 발표했다. 올해 자산 총액 5조 원 이상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집단) 92개 중 신규 지정(5개)과 농협을 제외한 86개 집단 소속 2994개 소속회사가 분석 대상이다.

총수가 있는 77개 집단 소속회사 2844곳 중 총수 일가가 1명 이상 미등기임원으로 재직하는 회사는 198곳으로 집계됐다. 1년 전보다 비율이 1.1%포인트 늘어난 7.0%였다. 하이트진로가 12개사 중 7개사(58.3%)로 그 비중이 가장 높았다.

특히 분석 대상 상장사 중 총수 일가가 미등기임원인 경우는 29.4%로 1년 전보다 6.3%포인트 높아졌다. 비상장사(3.9%)의 7.5배에 달한다. 총수 일가의 미등기임원 직위 259개 중 절반 이상(141개)이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에 해당했다.

음잔디 공정위 기업집단관리과장은 “미등기임원은 경영에 실제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지만 등기임원과 달리 법적 책임에서 비교적 자유롭기 때문에 권한과 책임의 괴리가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최근 개정 상법에서는 이사회 충실 의무 규정이 강화됐는데, 미등기임원인 총수 일가가 늘어난다면 개정법의 실효성이 저하될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총수 일가가 1명 이상 이사로 등재된 회사는 518곳(18.2%)으로 분석됐다. 1년 전보다 1.2%포인트 늘었다. 전체 등기이사 중 총수 일가의 비중도 6.5%에서 7.0%로 올랐다. 자산총액 2조 원 이상 상장사인 주력회사에 총수 일가가 등기이사로 등재된 비율이 44.2%로 전체 회사 대비 비율(18.2%)을 웃돌았다. 다만 총수 일가 1인당 평균 2.2개의 이사 직함을 겸직하는 등 이해충돌 소지가 존재했다.

86개 기업집단 소속 361개 상장사의 사외이사 비율은 51.3%로 법정 기준(44.2%)을 상회했다. 사외이사 선임 의무가 없는 비상장사 중에서도 4.4%가 자발적으로 사외이사를 선임하고 있었다. 현대백화점(현대홈쇼핑, 대원강업), SK(SK케미칼, SK디스커버리, SK디앤디) 등이 법정 기준을 초과해 사외이사를 선임하고 있었다.

이사회 내 사외이사 비율이 높고 총수 일가의 이사 등재가 적을수록 원안대로 통과되지 않는 안건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사외이사 비율이 25% 이하인 상장사는 이사회 안건이 모두 원안 가결(100%)된 반면 사외이사 비율이 75%를 넘어서는 상장사의 원안가결 비율은 95.51%로 4.49%포인트 낮았다. 이들이 총수 일가 중심 경영에 대한 감시자 역할을 일부 수행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지난해 5월부터 올해 5월 초까지 최근 1년간 이사회에 상정된 안건의 99.62%가 원안 가결되는 등 이들의 감시·견제 기능은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었다. 원안대로 통과되지 않은 경우는 최근 5년 중 가장 낮은 0.38%에 불과했다. 총수가 있는 집단은 없는 집단에 비해 사외이사 비율, 원안대로 통과되지 않은 안건 비율 등이 모두 낮아 이사회 운영의 독립성이 낮았다.

최근 1년간 소수주주권 행사 건수가 역대 최대치인 93건을 달성했지만 여전히 일부 제도의 실효성은 떨어졌다. 총수일가 중심의 이사회 구성을 완화하고 소수주주의 경영감시 기능을 위한 집중투표제는 상장사의 96.4%가 정관으로 배제해고 있어 실제 실시한 사례가 3년째 1건에 그쳤다. 전자투표제 역시 도입(88.1%) 및 실시(87.3%) 비율은 늘고 있지만 소수주주가 이를 통해 실제로 의결권을 행사한 비율은 1%대에 머물렀다.




세종=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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