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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오세훈 때리는 김민석 “받들어 총 조형물이 광화문광장에?”

입력 | 2025-11-17 16:17:00

6·25 참전국 기리는 ‘감사의 정원’ 공사장서
“진짜 이상하다…국민이 이해할지 의문”
종묘 재개발, 한강버스 이어 또 비판 세례
金 지방선거 차출론도…국힘 “선거개입” 반발




김민석 국무총리가 17일 서울시가 추진 중인 ‘감사의 정원’ 사업과 관련해 “국민들이 이해할지 의문”이라며 행정안전부에 사업 검토를 지시했다. 서울시가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 6·25전쟁 참전국을 기리는 ‘감사의 정원’ 조성 계획을 밝힌 가운데, 김 총리가 종묘(宗廟) 인근 재개발, 한강버스에 이어 또다시 오세훈 서울시장을 정조준한 것이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17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세종대왕상 앞에서 감사의 정원 공사현장 방문을 마치고 발언하고 있다. 한국전쟁 참전 22개국에 감사를 표하는 공간으로 참전국의 석재로 만든 총기모양의 조형물 23개가 세워질 예정이다. 2025.11.17 (서울=뉴스1)


김 총리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감사의 정원’ 사업을 비판하는 시민단체 관계자들과 면담한 뒤 광화문광장 공사 현장을 방문했다. 김 총리는 “광화문은 대한민국의 얼굴이자 대표적 국가 상징 공간”이라며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을 모신 광화문에 ‘받들어 총’ 형상의 조형물을 세우는 것을 국민이 이해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 총리는 현장 점검 과정에서도 “국가 상징 공간이 아니라 상징을 왜곡한 것 같다”며 “진짜 이상하다”고 지적했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17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 설치되는 감사의 정원 공사현장을 방문하고 있다. 감사의 정원은 한국전쟁 참전 22개국에 감사를 표하는 공간으로 참전국의 석재로 만든 총기모양의 조형물 23개가 세워질 예정이다. 2025.11.17 (서울=뉴스1)


서울시는 올해 2월 6·25전쟁 발발 75주년을 맞아 참전국에 대한 감사의 뜻을 담은 상징 공간 ‘감사의 정원’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17일부터 착공에 들어간 현장에는 22개 참전국을 상징하는 검은 화강암 기둥 22개가 설치될 예정이다. 그러나 일부 시민단체와 여권에서는 해당 조형물이 ‘받들어 총’ 자세를 연상시킨다며 사업 철회를 요구해 왔다.

김 총리는 “이런 문제는 국가적 관점에서 국민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고 합리적으로 결정해야 한다”며 “참전국에 대한 감사를 표현하는 다른 방안을 찾을 수도 있다. 서울시의 합리적 접근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국무총리실은 김 총리가 행정안전부에 사업의 법적·절차적 문제가 없는지 검토해 보고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시장 출마설이 제기되는 김 총리는 최근 2주 연속 오 시장의 시정에 연이어 공개적으로 이견을 제기하고 있다. 김 총리는 10일 서울시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에 대해 “근시안적 단견(短見)”이라고 비판했고, 15일에는 한강버스 멈춤 사고와 관련해 “안전성에 심각한 우려가 있다”며 특별점검을 지시했다.

16일 서울 송파구 잠실선착장 인근 한강버스에서 관계자들이 대화하고 있다. 2025.11.16/뉴스1


국민의힘은 “불법 선거 개입”이라고 반발했다. 최수진 원내수석대변인은 이날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김 총리가 총리 권한을 이용해 오 시장을 상대로 정치적 공세를 펴고 있다”며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시 행정에 과도하게 개입해 공무원을 동원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 선거 개입”이라고 비판했다.

오 시장도 페이스북을 통해 “중앙정부가 일방적으로 서울시를 비판하는 것은 유감”이라며 김 총리에게 공개 토론을 제안했다. 그는 “안전 문제를 정치 공세의 수단으로 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지금 필요한 것은 냉정한 점검과 실질적 개선”이라고 반박했다.

오세훈 서울시장 (공동취재) 2025.10.16


정치권에서는 김 총리의 연이은 ‘오세훈 때리기’가 내년 지방선거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 본인은 서울시장 출마설을 부인하고 있지만, 각종 여론조사 1위인 오 시장을 꺾을 여권 후보가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김 총리가 총대를 메고 나섰다는 것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김 총리 입장에서도 내년 6월 지방선거 또는 내년 8월 당 대표 선거를 앞두고 존재감을 드러내는 게 나쁘지 않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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