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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라 의미 파악 안돼”…서울시, 유네스코 ‘종묘 우려’에 황당 회신

입력 | 2025-11-14 16:08:00

서울 종로구 세운4구역 재개발 공사 현장 모습. 2025.11.6 뉴스1


서울시가 ‘종묘 유산영향평가 권고’ 내용이 담긴 국가유산청의 공문을 받고 “영어 원문이라 정확한 의미를 파악할 수 없어 대응 방안을 마련할 수 없다”고 회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공문은 유네스코 자문기관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이코모스)가 유산청을 거쳐 서울시에 보냈다. “시청 공무원 중 영어 공문을 해석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나”, “선택적 영어 문맹이냐” 등 황당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종묘 주변 개발을 추진하는 서울시가 껄끄러운 공문에 일부러 회신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국가유산청은 지난해 6월 27일 세운재정비촉진계획이 종묘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 우려를 담은 민원 관련 서울시 보고서를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에 회신했다.

이후 유네스코는 올해 3월 서울시 보고서를 검토한 뒤 외교 문서를 통해 세운재정비촉진계획이 종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며, 세운재정비촉진계획 전체에 대한 유산영향평가를 실시할 것을 요청했다.

이 요청 사항은 3월 12일 국가유산청에 접수됐고 국가유산청은 4월 7일 원본 문서와 함께 권고사항을 조치하라는 공문을 다시 서울시에 보냈다.

13일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실에 따르면 서울시는 이 공문에 “종묘 관련 이코모스 검토 의견서가 영어 원문으로 작성돼 전문 분야인 문화재 사항에 대한 정확한 의미를 파악할 수 없어 대응 방안을 마련할 수 없다”고 회신했다. 쉽게 말하면, 영어로 된 문서로 이해가 어렵다는 뜻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국문(한글)으로 번역된 이코모스 검토 의견서 회신을 요청한다”며 “이코모스에서 검토의견서 작성 시 참조한 문서가 필요하니 참조문서 일체를 국문으로 함께 회신 요청한다”고도 덧붙였다.

국가유산청은 5월 28일에는 원본 문서의 주요 내용을 국문으로 서울시에 짚어줬다. 9월 24일에도 권고사항 대응을 재차 요청하는 공문을 서울시에 발송했으나, 서울시는 회신하지 않았다.

서울시는 이후 약 한 달이 지난 지난달 30일 ‘세운재정비촉진구역 및 4구역 재정비촉진계획 결정(변경) 및 지형도면’을 고시했다. 이에 따라 세운4구역 종로 방향 건물은 55m에서 98.7m로, 청계천 방향 건물은 71.9m에서 141.9m로 높이가 상향됐다.

박주민 의원은 페이스북에 “오세훈 서울시의 ‘선택적 문맹’ 영어 실력”이라며 “극우 인사 모스탄을 세금으로 모셔 올 때는 구구절절 영어로 친절히 메일까지 보내던 서울시가 정작 유네스코 자문기관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가 종묘 보존을 위해 보낸 공식 검토보고서에 대해서는 ‘영어라 의미 파악이 어려워 대응 마련하기 어렵다’고 답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살다 살다 이런 공문도 처음 보는데, 심지어 국가유산청은 저 답변 이후 주요 내용을 국문으로 정리해 서울시에 보내줬다고 한다“며 ”국가유산청의 답변에 따르면 해당 문서에는 ‘유산영향평가’를 실시할 것을 요청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데 서울시는 국문조차 어려웠는지 대응 마련 없이 끝끝내 142m 고층 계획을 강행, 고시했다”며 “참 우스꽝스러운 변명 아닌가? 오세훈 서울시의 무능을 넘어 직무유기다.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덧붙였다.

송치훈 기자 sch5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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