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린 마샬 미국 출신·칼럼니스트·‘한국 요약 금지’ 저자
교육 계획에 대한 질문을 처음 받았을 때, 내가 한국에 산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 만난 한 60대 외국인이 떠올랐다. 그는 나처럼 미국인이었지만 나보다 약 30년 먼저 한국에 이주해 이 나라에서 세 자녀를 모두 키웠다. 그 자녀들을 교육 기간 내내 국제학교에 보내기 위해 지금은 기억하기도 어려울 만큼 큰돈을 썼다고 했다. 내가 이유를 묻자 그는 아이들이 반드시 미국인이 되기를 바랐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당황한 나는 아이들이 미국인이 되기를 원했다면 왜 하필 한국에서 키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여름 아내가 쌍둥이를 낳은 뒤 중요하게 생각하게 된 것이 있다. 우리 아이들이 미국인이 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인이 되는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외국인으로서 한국에서 아버지가 된 경험은 자연스레 ‘한국인이란 정확히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 던지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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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에 취해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대개 한국어를 몇 마디밖에 모르고 한국에 귀화할 생각도 전혀 없었지만, 그들의 기본적인 요점이 완전히 틀렸다고 할 수는 없다. 외국인이 한국인으로 인정받기 어렵다는 사실은 부정하기 힘들다. 그렇다면 외국인의 자녀는 한국인이 될 수 있을까? 혼혈인 우리 아이들은 한국인 어머니로부터 한국 국적과 어느 정도 동양적인 외모를 물려받았지만 첫눈에 외국인이라고 생각할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것이 아이들을 국제학교에 보내거나 미국으로 돌려보내야 할 이유가 아니라 오히려 더욱 한국인답게 키워야 할 이유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나는 아이들에게 영어가 아니라 한국어로 말한다. 내가 아는 대부분의 외국인들은 한국에서 가정을 이루면 자녀와 출신국의 언어로 소통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하지만 일 때문에 한국에 온 그들과 달리 나는 원래 한국어에 깊은 관심이 있었고, 그래서 이곳에 살고 싶어졌다. 나는 한국에서 다른 언어로 생활하는 것은 마치 한국에 살지 않는 것과 다름없다고 생각한다. 그런 내게 아이들과 한국어로 일상을 나누지 않는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게다가 지난 10년 동안 지켜본 영어에 관한 한국의 불균형한 구조에 내 아이들이 휘말리지 않기를 바란다. 적지 않은 부모들은 아직 모국어조차 유창하게 하지 못하는 아이를 영어유치원에 보내고, 학생들은 영어 시험을 위해 밤낮없이 공부한다. 이 나라 전반이 영어에 집착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영어는 동양 언어도 아니다. 영어에 한국과 깊은 문화적 혹은 사회적 연관이 있기는 할까? 우리 아이들이 태어나기 전에도 초음파 검사로 태아를 보여주던 산부인과 의사는 “자라면서 자연스레 국제어인 영어를 할 수 있을 테니 다행이네요”라고 뜬금없이 말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전 세계의 호텔이나 편의점 등에서 단순한 의사소통에만 쓰이는 영어를 진정한 ‘국제어’라고 부를 수 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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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린 마샬 미국 출신·칼럼니스트·‘한국 요약 금지’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