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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 ‘세포이동 비밀’ 풀었다…‘암 전이’ 규명도 가능

입력 | 2025-11-10 16:03:32

美존스홉킨스대와 공동연구 진행
스스로 이동 방향 결정 원리 규명



ⓒ뉴시스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KAIST)이 세포가 스스로 방향을 결정해 움직이는 원리를 규명, 암 전이와 면역질환의 원인을 밝히고 새로운 치료전략을 세울 수 있는 중요한 단서를 확보했다.

카이스트는 생명과학과 허원도 석좌교수팀이 바이오및뇌공학과 조광현 석좌교수팀, 미국 존스홉킨스대 이갑상 교수팀과 공동연구를 통해 세포가 외부의 신호 없이도 스스로 이동 방향을 결정하는 ‘세포 자율주행 메커니즘’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고 10일 밝혔다.

공동연구팀은 살아있는 세포 안에서 단백질들이 서로 어떻게 상호 작용하는지를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는 새로운 이미징 기술 ‘INSPECT(INtracellular Separation of Protein Engineered Condensation Technique)’를 개발하고 이 기술로 세포가 스스로 어느 방향으로 움직일지를 정하는 내부 프로그램의 원리를 밝혀냈다.

INSPECT 기술은 단백질이 서로 붙을 때 잘 섞이지 않고 구분된 영역이 자연스럽게 생기는 ‘상분리(phase separation)’현상을 인공적으로 구현한다. 세포 속에서 단백질들이 실제로 어떻게 결합하는지를 형광 신호로 직접 볼 수 있다.

공동연구팀은 세포 이동을 조절하는 핵심 단백질인 Rho 계열 단백질(Rac1, Cdc42, RhoA)의 작동방식을 분석해 이 단백질들이 어떤 단백질과 결합하느냐에 따라 세포가 직진할지, 방향을 바꿀지가 결정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연구팀은 단백질 페리틴(ferritin)과 형광단백질 DsRed를 활용해 단백질들이 서로 결합할 때 작은 방울처럼 뭉친 덩어리인 ‘응집체(condensate)’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했다.

이 기술로 연구팀은 15종의 Rho 단백질과 19종의 결합 단백질을 조합해 총 285쌍의 상호작용을 분석, 이 중 139쌍에서 실제 결합이 일어남을 확인하고 Cdc42-FMNL 단백질 조합은 세포의 ‘직진’을, Rac1-ROCK 단백질 조합은 세포의 ‘방향 전환’을 담당하는 핵심 회로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세포의 방향조절에 중요한 단백질 ‘Rac1’의 일부(37번째 아미노산)를 바꿔 이 단백질이 핸들 역할을 하는 ROCK 단백질과 잘 붙지 못하게 하면 세포는 방향을 바꾸지 못하고 계속 직선으로만 이동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또 세포가 붙어 있는 환경을 변화시킨 실험에서는 정상 세포의 경우 주변 환경에 따라 이동 속도가 달라지지만 Rac1F37W 세포(핸들이 고장난 세포)는 환경 변화와 관계없이 속도가 항상 같다는 것도 밝혀냈다. 이는 Rac-ROCK 단백질 축이 세포가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적응하는 능력을 세밀하게 조절한다는 의미다.

이번 연구는 국제 저명 학술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지난달 31일 게재됐다. 논문명은 A Rho GTPase-effector ensemble governs cell migration behavior다.

허 교수는 “세포 이동이 무작위적인 운동이 아니라 Rho 신호전달 단백질과 세포 이동 관련 단백질의 앙상블이 만들어내는 내재적 프로그램에 의해 정밀하게 제어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며 “새롭게 개발한 INSPECT 기술은 세포 내 단백질 상호작용을 시각화할 수 있는 도구로 암 전이와 신경세포 이동 등 다양한 생명현상과 질병의 분자메커니즘을 밝히는 데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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