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딸이 공모해 어머니를 독살했다’고 검찰이 결론을 내렸던 2009년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 사건에 대한 재심에서 28일 무죄가 선고됐다. 아버지 백모 씨와 딸은 살인 등 혐의로 무기징역과 징역 20년형을 받았고, 지난해 재심 개시 결정으로 풀려나기 전까지 15년간 각각 수감됐다.
백 씨는 문맹에 가깝고 딸은 독립적 사회생활이 어려운 경계선 지능인으로, 도움이 필요한 사회적 약자들이다. 검찰은 이런 점들을 고려하기는커녕 진술거부권조차 알려주지 않은 채 유도 신문과 강압 수사로 허위 자백을 받아냈다고 재판부는 질타했다. 백 씨 변호인은 “범행을 부인했는데도 인정한 것으로 (조서가) 바뀌었고 부인하면 강압적 추궁이 이어졌다”고 했다. 검찰이 실적을 올리는 데 급급해 인권 보호와 적법 절차 준수라는 기본적 의무를 내팽개친 것이다.
막걸리와 청산가리를 백 씨가 구해왔다는 검찰의 주장도 엉터리였다. 검찰은 당초 백 씨가 한 식당에서 막걸리를 샀다고 했는데, 검찰이 기존 재판에선 제출하지 않았다가 재심 개시 이후 변호인의 요청으로 낸 식당 인근 폐쇄회로(CC)TV 화면에는 백 씨의 행적이 전혀 포착되지 않았다. 백 씨에게 청산가리를 줬다고 검찰이 지목한 백 씨의 지인은 법정에서 “청산가리를 본 적 없다”고 했다. 이 정도면 강압 수준을 넘어 사건을 조작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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