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4000 시대] 2000→3000 도달 13년 6개월 걸려 4000까진 4년 9개월 초고속 상승… 李정부 ‘증시 활성’ 정책도 힘 보태 대만-日증시 비해 여전히 저평가… 한미 관세협상-환율에 5000피 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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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가 역대 가장 빠른 속도로 1000포인트를 뛰어넘어 4,000을 돌파했다. 코스피는 그간 1000 단위씩 ‘점프’하는 데 9∼18년이 걸렸지만 3,000에서 4,000에 이르는 데 4년 9개월이 걸렸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초호황기)’ 기대감이 핵심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 정부의 증시 부양책이 뒷받침되자 외국인 투자가 코스피로 몰렸다.
● 반도체가 주도한 코스피 4,000
코스피는 27일 4042.83으로 장을 마치며 4,000 시대를 열었다. 1980년 코스피 지수 100에서 1,000을 찍는 데 9년 2개월, 2,000은 18년 4개월, 3,000은 13년 6개월이 걸렸다. 4,000에 도달하는 데에는 4년 9개월이면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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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산, 조선, 원전 등 기술·산업주들도 코스피 상승에 힘을 보탰다. 한미 협력을 통한 사업 확장성이 높다고 평가받는 종목이다.
이재명 정부의 증시 부양책도 코스피 투자 심리를 자극했다. 정부는 증시 세제 개편을 추진하고, 부동산 규제를 통한 증시로의 ‘머니 무브’ 유도에 힘쓰고 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미중 갈등 완화, 한미 관세 협상 마무리 기대감까지 코스피를 끌어올렸다.
각종 호재가 겹치자 외국인들이 움직였다. 외국인은 올해 하반기(7∼12월) 들어 지금까지 코스피 시장에서 총 17조9691억 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기관도 5조788억 원어치를 순매수했다. 반면 개인은 27조2872억 원어치를 팔며 시세차익을 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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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우상향이 한동안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코스피가 다른 주요국 증시와 비교하면 여전히 높지 않다는 진단이다. 코스피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24일 기준으로 1.32배다. PBR은 회사의 순자산(자산―빚)에 비해 주가가 얼마나 비싼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대만(3.6), 인도(3.5), 일본(1.6) 증시보다는 여전히 코스피가 저평가돼 있다.
1400원대 원-달러 환율도 주식 상승세를 막지는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보통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원-달러 환율은 상승) 외국인이 원화로 산 주식 가치도 떨어지기에 ‘코스피 탈출’ 행렬이 일어난다. 하지만 올해는 원화 가치는 추락하는데 코스피는 상승하는 ‘디커플링’이 뚜렷하다. 김두언 하나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주가 상승을 주도하는 기업들이 고환율을 앞세워 수출을 늘리고, 그 이익을 해외에 투자해 실적을 끌어올릴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상승세가 이어지려면 부동산, 건설 등으로 온기가 퍼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과거 정보기술(IT) 버블 때처럼 인공지능(AI) 버블도 곧 꺼질 것이란 경고도 계속되고 있다. 아직 매듭짓지 못한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금 문제도 변수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증시가 한동안 상승세일 가능성이 크지만 소외주들이 힘을 내야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재희 기자 hee@donga.com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이호 기자 number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