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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기술과 문화로 진화하는 K뷰티, 체험의 무대 넓혀

입력 | 2025-10-27 03:00:00

K뷰티, 수출 실적 글로벌 3위
프랑스·미국 등 뷰티 선도국은
복합문화 공간 전략 적극 구사
K뷰티는 산업 간 융합으로 도약




K뷰티의 글로벌 인지도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2024년 한국 화장품 수출 실적은 102억 달러로 프랑스, 미국에 이어 전 세계 3위다. 전년 대비 수출 실적이 20% 성장하는 등 글로벌 시장에서 K뷰티의 영향력이 확장되고 있다. 다만 선도국인 프랑스와는 여전히 격차가 있고 후발 주자인 독일, 스페인 등 경쟁국의 성장세도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선도국과의 격차를 좁히고 후발 주자의 추격을 방어하면서 K뷰티가 글로벌 1위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글로벌 뷰티 공간의 진화

올 5월 LG생활건강은 미국 뉴욕 ‘더 셰드’에서 열린 프리즈 아트페어에서 ‘더후(THE WHOO)’ 브랜드 라운지를 선보였다. LG생활건강 제공

프랑스 파리, 미국 뉴욕 등 뷰티 선도국의 거점 도시들은 뷰티·패션·라이프 스타일을 통합한 복합문화 공간 전략을 통해 소비자 체류 시간과 브랜드 몰입도를 극대화하고 있다. 일례로 파리의 유명 백화점인 갤러리 라파예트 오스만 지점은 뷰티 분야에서 다양한 체험과 제품 브랜드 라인을 결합한 복합 공간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갤러리 라파예트는 3000㎡ 규모의 웰니스 공간 ‘라 웰니스 갤러리(La Wellness Galerie)’를 조성해 마사지, 스킨케어, 메이크업, 피트니스 등 다양한 서비스를 방문객에게 제공하고 있다. 단순히 뷰티 제품을 구매하는 매장이 아니라 방문객이 자신이 원하는 서비스를 골라 맞춤형으로 이용할 수 있는 체험형 종합 뷰티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복합문화 공간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또 다른 예로는 미국 뉴욕의 더 셰드(The Shed)를 들 수 있다. 더 셰드는 종합예술센터지만 최근 뷰티 브랜드의 팝업스토어, 브랜드 라운지, 예술 협업 등으로 영역을 확장하며 뷰티·문화 융합 공간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 공간에서 브랜드 라운지를 운영하며 아트 전시와 연계한 협업을 통해 브랜드의 문화적 정체성과 감성을 강조한 K브랜드 사례도 있다. LG생활건강의 더후(THE WHOO)는 올 5월 더 셰드에서 열린 프리즈 아트페어에 참가해 궁중 헤리티지와 예술 작품을 융합한 전시를 선보였다. 더후는 프리즈 행사 메인 작품으로 자개 아티스트 류지안 작가와 협업해 만든 ‘더후 환유 아트 앤 헤리티지 세트’ 3점을 전시했다. ‘환유’는 30년 장생하는 산삼의 긴 생명력을 바탕으로 한 피부 장수 연구 기술을 통해 만든 더후의 하이엔드 안티에이징 제품 라인이다. 한국의 궁중 헤리티지를 계승한 더후 제품에 자개로 만든 예술 작품을 함께 전시하며 북미 프리미엄 뷰티 시장 진출을 위한 접점을 마련한 것이다.

이처럼 글로벌 뷰티 시장은 체험과 문화가 결합된 소비 경험을 제공하는 전략으로 저변을 넓히고 있다. 단순히 제품을 강조하기보다 경험과 문화적 서사를 결합한 형태의 브랜딩 전략으로 소비자들에게 소구하고 있는 것이다.

● 몰입형 경험으로 도약, K뷰티

서울경제진흥원(SBA)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 융합형 뷰티복합문화 공간 ‘비더비(B the B)’를 조성했다. 서울경제진흥원 제공

흥행하는 한국 브랜드를 연구한 다비드 뒤부아 프랑스 인시아드 부교수는 K브랜드의 성공 비결로 ‘몰입형 경험’을 꼽는다. 뒤부아 교수는 시선을 사로잡는 각종 예술 설치물을 매장에 조성한 한국의 아이웨어 브랜드 젠틀몬스터, 브랜드의 시각적 정체성을 강화하기 위해 미술관을 오픈한 아모레퍼시픽 등을 사례로 들며 “K브랜드는 몰입을 통해 전략적으로 감각적 가치를 창출해 고객의 욕구를 자극한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K뷰티 시장에서는 몰입형 경험을 통해 소비자의 관심을 유도해 성장을 가속화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특히 문화, 콘텐츠, 라이프 스타일 등을 융합한 경험을 제공하는 뷰티 브랜드를 선호하는 소비 트렌드에 따라 K뷰티를 K패션, K테크 등과 유기적으로 연결해 산업 간 융합을 촉진하는 사례도 등장하는 추세다. 서울시 산하 융합형 뷰티복합문화 공간 ‘비더비(B the B)’가 대표적이다. 비더비는 2022년 9월 서울시와 서울경제진흥원(SBA)이 손잡고 서울의 뷰티·패션·콘텐츠·테크 산업 간 융합 테스트 베드로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 조성한 공간이다.

● 공공 주도 체험형 융합 뷰티 플랫폼

비더비는 단순한 뷰티 제품 전시장을 넘어 ‘체험형 융합 뷰티 플랫폼’을 지향한다. 최근 서울경제진흥원은 ‘美의 나무’라 불리는 고목을 비더비 공간에 조성해 방문객을 위한 몰입형 경험을 설계했다. 시간의 누적과 생명의 순환을 상징하는 고목의 의미를 바탕으로 K뷰티의 본질인 자연·균형·회복을 강조했다. 관람객은 이 공간에 들어서는 순간 마치 거대한 숲으로 들어가는 듯한 몰입감을 느끼며 빛과 향, 음향이 결합된 다감각적 체험을 통해 ‘피부 재생과 자연의 회복’이라는 비더비의 철학을 체험하게 된다. 공공이 운영하지만 민간 기업이 조성한 브랜드 공간에 비견되는 세련된 공간 구성과 인공지능(AI) 기반 피부 진단, 증강현실(AR) 기반 퍼스널 컬러 진단 등 이색 경험을 제공하는 비더비는 개관 이래 누적 200만 명의 내외국인 방문객이 다녀갔다.

송영화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는 “한때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던 J팝과 J뷰티가 내수 중심 구조와 폐쇄적 콘텐츠 전략으로 글로벌 시장 흐름을 놓쳐 관련 산업의 쇠퇴를 야기했다”며 “K뷰티·K팝·K패션·K테크 등 다양한 산업 간 융합을 촉진하는 공공-민간의 협업 노력이 있어야 K뷰티의 지속 가능한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호진 기자 ho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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