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의회 패싱 논란…“남미 마약 카르텔 타격 승인 안받을 것”

트럼프, 베네수 해상에서 육상으로 공격 범위 확대 가능성
헌법에 따라 ‘전쟁 선포 권한’은 美 의회에 있어
2002년 부시 대통령도 의회 승인 받아 이라크에 무력 사용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마약과의 전쟁’을 명분으로 베네수엘라 인근 카리브해에서 군사 작전을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마약 카르텔 타격에 관한 승인을 얻기 위해 의회에 가지 않겠다고 말했다.

23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전쟁 선포를 위해 반드시 의회에 승인을 요청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같이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마약을 미국으로 반입하는 사람들을 사살하겠다”며 “그들이 미국으로 들어오면 죽임을 당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미국 내 마약 거래에 연루된 자들을 체포, 기소 및 영구적으로 제거하기 위해 사법집행기관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헌법에 따라 ‘전쟁 선포 권한’은 미 의회에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상에서 마약 운반선을 타격한 데 이어 베네수엘라 영토 공격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는 기자들에게 “우리는 바다를 아주 잘 통제하고 있기 때문에 이제는 육지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미군은 지난달 이후 카리브해에서 8척의 마약 운반선을 격침시켰고, 32명이 공격으로 사망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백악관에서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을 만난 자리에서 카르텔을 타격할 권한을 달라고 의회에 요청할 수 있다고 말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마약 카르텔)이 육로로 들어올 때 우리는 그들을 강하게 타격할 것”이라며 “그들은 아직 경험하지 못했지만, 우리는 이를 시행할 준비가 돼 있다. 우리는 의회로 가서 그들이 육지에 도착했을 때 무엇을 할지 정확히 설명하겠다”고 전했다.

상원은 다음 주 행정부가 의회 승인 없이 베네수엘라 내에서 적대 행위를 하는 것을 금지하는 초당적 결의안을 표결에 부칠 방침이다.

미국 대통령이 특정 국가에 관한 무력 사용 허가를 받기 위해 의회를 방문한 것은 2002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마지막이다. 부시 대통령 집권 당시 의회는 이라크전쟁 결의안을 압도적인 지지로 통과시킨 바 있다. 의회는 부시 대통령 시절 2차례 무력 사용을 승인했다.

미국은 최근 마약 유통 경로 차단을 내세워 중남미 내 대표적인 반미 인사인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에 대한 압박을 가하고 있다.

미 당국자와 비행 추적 자료에 따르면 B-1 랜서 폭격기 2대가 23일 텍사스 주 다이이스 공군기지에서 이륙해 베네수엘라 인근을 비행했으며, 국제 공역 내에 머물렀다.

B-1 폭격기는 초음속 비행이 가능하며 미군 폭격기 가운데 가장 많은 34t의 폭탄을 탑재할 수 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