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도시로 되살아난 핀란드 오울루
하지만 노키아가 스마트폰 시대에 경쟁력을 잃고 모바일 사업을 매각하면서 단일 대기업에 의존했던 시 경제는 크게 흔들렸다. 노키아의 구조조정이 시작된 2009년부터 5년간 첨단 정보기술 (IT) 분야에서만 3500여 명의 시민이 직업을 잃었다. 제조업과 사무직 관련 일자리 역시 크게 줄었다. 당연히 시의 활력도 떨어졌다.
오울루는 이런 위기를 긴밀한 산학 협력과 스타트업 중시 정책으로 벗어났다. 우선 친환경에너지 & 클린테크, 교육, 소비재, 헬스케어, 게임, 인공지능(AI), 가상화폐 등 다양한 분야의 스타트업 창업을 시가 정책적으로 지원했다. 오울루대, 오울루응용과학대(OAMK) 등 도시 내 대학들과의 연계 프로그램도 개발했다. 좋은 아이디어만 있으면 시와 대학의 지원을 받아 쉽게 창업할 수 있는 환경 구축에 나섰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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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울루대 ‘6G 테스트센터’는 국내외 연구자와 기업들에 6세대(6G) 통신기술 실험 장비 등을 제공한다. 오울루대 제공
현재 오울루의 IT 업계 종사자는 약 1만5000명. 제조업 종사자(약 1만 400명)를 앞질렀다. 사실상 노키아의 경영 실적에 좌지우지되던 제조업 도시가 다양한 기술 기업 및 스타트업이 활동하는 도시로 바뀐 것이다.
청년층 인구도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 지난해 기준 20대는 3만5911명, 30대 인구는 3만1117명으로 각각 2010년 대비 31.5%, 56.7%씩 늘었다. 도시의 평균 연령 또한 39.9세에 불과하다. 핀란드 평균(44세)보다 4세 낮다.
● 도시 전체가 스타트업의 테스트베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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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울루 시가 운영하는 고용·창업 지원기관인 ‘비즈니스오울루’는 70여개 기업이 밀집한 첨단 기업단지 ‘테크노폴리스’ 안에 있다. 오울루=김윤진 기자 kyj@donga.com
노키아발(發) 위기는 특정 기업이나 산업에 지나치게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안겼다. 전자기기 제조 및 무선통신 사업에서만 이뤄졌던 산학 협력을 다른 여러 분야로 확장해 시 전체가 참여하는 산학관 협력을 강화한 이유다.
2009년 출범한 ‘오울루혁신연합(OIA)’은 산학 협력의 모범 사례로 꼽힌다. 정부, 대학, 기업 등이 협약을 맺고 공동 연구·개발 연합체를 구성했다. 헬스테크, 6세대 통신(6G) 등 새로운 혁신 분야를 함께 선정하고 공동으로 사업을 진행한다.
지난해 발족한 스타트업 인큐베이터 ‘오이스터(OYSTER)’만 봐도 알 수 있다. 헬스테크 스타트업을 키우기 위해 만들어진 이 프로그램에서는 시 정부가 창업 초기 아이디어 검증과 투자 유치를 돕는다. 대학은 연구 인력과 기술을 제공하고, 지역 병원은 실제 의료 현장을 임상 실험 현장으로 제공한다.
현재 360개 이상의 기업이 직간접적으로 OIA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유럽연합(EU) 지원 사업의 규모만 5800만 유로(약 957억 원). 오울루대, OAMK도 학생과 초기 창업가들이 자유롭게 드나드는 실험 공간과 커뮤니티 허브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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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타트업 경연대회도 자주 열려
오울루시의 글로벌 창업 경연대회 ‘북극곰 피칭 2025’에 참가한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발트해 얼음물에 들어가 투자자들 앞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북극권에 가까운 오울루의 특성을 살린 이 행사는 전 세계에 생중계되며 스타트업들에게 광범위한 홍보 기회를 제공한다. 비즈니스오울루 제공
‘스타트업익스프레스’는 창업을 고민 중인 이들에게 14주간 최초 팀 구성부터 비즈니스 모델 개발, 데모 데이까지 전 과정을 집중 지원하는 스타트업 양성 프로그램이다. 이를 통해 2023년부터 현재까지 20여개 스타트업이 탄생했다. 알라바토사 시장은 “우리의 목표는 오울루를 전 세계에서 가장 기업 친화적인 도시로 만드는 것”이라며 “맞춤형 기업 지원으로 그 목표를 달성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오울루=김윤진 기자 ky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