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해커조직 등서 불법자금 5조원 세탁 美 제재대상 오른 캄보디아 금융그룹 대림동에 환전소…가상화폐 거래 중개 보이스피싱-인신매매 연관 가능성도
캄보디아 프놈펜에 위치한 ‘후이원 페이’ 본사. 사진 출처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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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해킹 자금 등 전 세계 불법자금 5조 원을 세탁한 혐의로 미국의 제재를 받은 캄보디아 금융그룹 ‘후이원’이 서울에도 발을 들인 정황이 포착됐다. 온라인 사기와 인신매매 조직의 ‘금융 허브’로 지목된 이 그룹은 현지 관계사를 통해 지금도 한국 자금을 가상화폐로 송금받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1일 관세청 등에 따르면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의 한 건물에는 지난해까지 후이원 그룹과 연결된 것으로 보이는 ‘후이원 환전소’ 간판이 걸려 있었다. 간판과 로고는 후이원 본사와 같았고,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정식 금융업”이라는 문구와 함께 캄보디아 본사 전경 사진이 게시돼 있었다. 현재 한국어 홈페이지는 접속이 불가능하다.
이 환전소는 2018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영업하며 연간 약 2만 달러(약 2800만 원)의 환전 실적을 신고했다. 이는 후이원 그룹이 북한 해커 조직 라자루스로부터 15만 달러(약 2억1000만 원) 이상의 가상화폐를 송금받은 시기와 겹친다. 대림동 후이원 환전소의 가상화폐 송금액은 당국 집계에 포함되지 않았다. 인근 한 식당 주인은 “그 환전소가 자금세탁에 쓰인다는 소문이 돌았다”고 전했다. 이곳이 후이원의 한국 지사로 확인될 경우, 북한 해킹 자금을 세탁한 기업이 서울 한복판에서 버젓이 영업한 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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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이원은 결제 시스템 ‘후이원페이’, 가상자산 거래소 ‘후이원크립토’ 등을 거느린 금융 복합체로, 미 재무부는 이들이 2021년부터 올해 초까지 약 40억 달러(약 5조6000억 원)의 불법 자금을 세탁했다고 발표했다. 이 중 3700만 달러(약 526억 원)는 라자루스 등 북한이 탈취한 가상화폐였다.
보이스피싱 등으로 범죄단지에서 뜯어낸 피해액이 후이원 조직을 통해 해외로 빠져나갈 가능성이 있는 만큼, 정부가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20일 후이원 그룹과 함께 캄보디아 범죄단지의 배후로 의심받고 있는 프린스 그룹에 대해 “국내 활동 의혹과 관련해 혐의를 파악하고 (필요하다면) 내사나 수사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프놈펜=정서영 기자 cero@donga.com